보드게임 꼼짝마! 톺아보기

■ 디자이너 : 권익환  제품화된 게임은 없지만 수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숨겨진 국내 보드게임 작가 .   대표작 : Size Up ■ 일러스트레이터 : Hami  1979 게임즈의 안방마님.   ...



■ 디자이너: 권익환
 제품화된 게임은 없지만 수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숨겨진 국내 보드게임 작가.
 대표작: Size Up

■ 일러스트레이터: Hami
 1979 게임즈의 안방마님.
 참여작: 돌진소녀, 솔로리우스, 카론의 포커, 경찰이다! 

 정확히 언제였을까요?

 한곰 게임즈에서 나올(도대체 언제?) 크리드의 작가 조이헌터님의 초대로 참여했던 사당 스몰월드의 아마추어 보드게임 제작자 모임이 있었습니다.

 당시, 현재 기준으로는 라인 배틀이라는 게임을 자체 제작으로 발표한 작가 건일님도 계셨었고, 그 외 다른 창작자 분들도 계셨지요. 여러 게임을 돌렸었는데, 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게임이 있었습니다.

 메모리 게임이었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뒷면으로 뒤집은 카드를 기억해두었다가 내 카드가 나왔을 때 해당 카드와 관련성 있었던 카드 짝을 지목하여 함께 여행을 떠나는 뭐 그런 콘셉트의 파티 게임이었지요.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게임이 권익환 작가님의 게임이었을 겁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게임이 지금 톺아볼 꼼짝마!로 변형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황소망 작가님의 게임 가니메데가 프랑스의 보드게임 회사 Sorry We are French에서 나온 것처럼, 권익환 작가님의 게임 Size Up은 스위스 Helvetiq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줄자로 길이를 가늠하는 독특한 게임이었죠.

 메이저급으로 활동하시는 보드게임 작가 분들 중에는 김건희, 정연민, 송대은 등 국내에서는 이미 내로라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감히 파티 게임 분야에서의 투 톱은 폴드잇, 꼬치의 달인고요한(고태윤) 작가님과 바로 이 권익환 작가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꼼짝마!가 권익환 작가님의 게임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한참의 고민을 한 끝에...


 (할인율 최대로 받는다고 생각에도 없던 골드러시까지 같이 구매한 것은 안 비밀)

 촬영용 또는 플레이용으로 팝콘게임즈 보드게임매트도 구매했는데(저는 사실 보드엠 매트가 갖고 싶었지만)... 크흠... 약간 울어버린 매트를 수령하는 바람에 제가 생각한 깔끔한 매트는 아니었지만...(그리고 마감 처리가...) 어차피 뭐 쓰다보면 울때도 있고 산타한테 선물 못 받을 수도 있고 그런 법이죠.



 꼼짝마!는 보안관이 되어, 현상금 포스터에 그려진 범인을 체포하는 게임입니다.
 누구보다 빠른 눈과 손으로 가장 먼저 제대로 된 범인을 체포하여 현상금을 얻어야 합니다. 실수를 하게 되면 명성(보안관 배지 모양의 토큰)을 잃게 되죠.

 각자의 더미가 다 떨어지게 되면 게임이 끝나고, 게임이 끝났을 때 현상금, 범인 카드, 명성 토큰에 대한 점수를 합산하여 가장 높은 보안관이 승리합니다.



 꼼짝마!의 해외 이름은 놀랍게도 Freeze!가 아니라 Motley West입니다. 서부 시대에 Freeze!가 이상하긴 합니다. 뒤죽박죽 서부라는 뜻의 Motley West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요.


 꼼짝마!의 퍼블리셔인 만두 게임즈, 팝콘 게임즈솔로리우스와 거의 완벽하게 같은 사이즈입니다.
 만두 게임즈팝콘 게임즈, 이 사이즈에 맛들렸나요?

 누가봐도 오잉크 게임즈의 벤치마킹이지만, 소비자 분들의 긍정적인 반응 얻고 있는 사이즈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틀을 만들어 놓고 같은 사이즈로 생산하는 게 단가도 그만큼 싸게 먹...읍읍



 돌진소녀, 솔로리우스, 페이퍼 사파리의 옆면에도 이런 기믹이 쓰였죠.
 이런 숨겨진 디테일이 팝콘 & 만두 콜라보 시리즈의 시그니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월 모양으로 커팅 처리가 되어있는 것도 박스 열기 굉장히 편리해요.


 내용물은 규칙서, 카드, 명성 토큰, 보안관 배지(뿅뿅이)입니다.

 규칙서의 재질이나 구성은 페이퍼 사파리와 거의 동일합니다.

 카드는 범인과 수배 전단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뒷면은 모두 동일합니다.



 그런데 카드에 그려진 범인을 보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림을 그리신 Hami님께서 뭔가 노린 것 같습니다.(?)

 보안관 배지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명성 토큰은 딱 18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안관 배지. 이거 물건이에요.



 하루종일도 누르고 있을 수 있어.


 테이블 중앙에 보안관 배지를 두고, 각 플레이어는 명성 토큰 3개씩, 그리고 똑같은 장수로 카드를 나눠 가집니다. 인원 수에 따라 정확히 배분되지 않을 수 있는데, 카드가 남으면 그냥 무작위로 아무나 더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나눠 가진 카드는 뒷면으로 각자 자기 앞에 쌓아 둡니다.

 가장 최근에 서부 영화를 본 플레이어가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게임을 시작합니다.


꼼짝마!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한 손만을 사용합니다. 카드를 뒤집는 것도 한 손으로, 그리고 범인과 수배지를 지목하는 것도 한 손으로 해야만 합니다.
 시작 플레이어부터 자기 카드 더미를 앞면으로 뒤집습니다.
 뒤집을 때는 카드 내용을 내가 먼저 보이게 뒤집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바깥쪽으로 공개해 주세요.
 그리고는 재빨리 카드를 뒤집었던 손으로 카드의 앞면을 가려주세요.

 기본적으로 꼼짝마!는 이 행동을 카드 더미가 다 떨어질 때까지 반복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게임이 되지 않겠죠?

 꼼짝마!에는 꼼짝마!라는 체포 행동이 있습니다. 이는 실시간으로 차례 플레이어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꼼짝마!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배 전단지에는 모자 또는 스카프에 대한 정보가 하나만 그려져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총이 그려져 있지요. 그래서 수배 전단지는 모자, 스카프, 총 등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자는 볏짚색, 파랑색, 검정색 등이 있으며, 스카프는 연두색, 빨간색, 하늘색 등이 있습니다. 범인은 모자와 스카프 두 가지 정보를 함께 가지고 있으며, 이중 흉악범은 총을 같이 들고 있죠.

 기본적으로 꼼짝마!의 성립 조건은 범인과 수배 전단지의 정보가 일치해야 합니다.


 위 사진에서는, 왼쪽 수배 전단지의 스카프 정보(연두색)와 범인의 스카프 색(빨간색)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꼼짝마!로 지목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오른쪽 수배 전단지의 모자 정보(파란색)과 범인의 모자 색(파란색)이 일치하므로 꼼짝마!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만약 플레이어들이 공개한 뒤 손으로 가린 카드(또는 그렇게 가린 카드 더미의 가장 위에 있는 카드) 중 위와 같이 수배 전단지와 범인이 일치하는 짝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꼼짝마!를 외침과 동시에 테이블 중앙의 보안관 배지를 눌러 소리를 낸 후, 손으로 해당 카드들을 수배 전단지와 범인, 또는 범인과 수배 전단지의 순서로 '이거!', '이거!'하며 지목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범인이 총을 가지고 있는 흉악범이라면?


 이처럼 수배 전단지 상의 정보가 일치하더라도, 꼼짝마!를 외쳐서는 안 됩니다.

 총을 든 범인은 흉악범이기 때문에 총이 그려진 수배 전단지로만 잡을 수가 있습니다.

 즉.


 위 사진처럼 총이 그려진 수배 전단지로만 꼼짝마!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총이 그려진 수배 전단지와 총을 든 흉악범, 또는 총을 든 흉악범과 총이 그려진 수배 전단지의 순서 등의 순서로 '이거!', '이거!' 이런 식으로 지목하면 됩니다.

 실수를 하게 되면, 명성 토큰을 테이블 중앙에 지불해야 합니다.

 공개해서 맞으면 서로 짝이 맞은 카드들을 가져와 내 앞에 따로 모아두어 게임 종료 시 점수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 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지불한 명성 토큰이 있다면 쌓여있는 명성 토큰 모두를 자기 앞으로 가져옵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카드 더미가 다 떨어지면 게임을 끝내고 점수 계산을 진행합니다.

 내가 획득한 카드 중 수배 전단지의 천의 자리 숫자(예를 들면 4,000이라면 4)만큼 점수를 더하고, 범인은 카드 1장당 1점으로 계산하여 더합니다.
 그리고 내 앞에 명성 토큰이 남아있다면 명성 토큰은 1개당 2점으로 계산합니다.







1. 기억력과 순발력의 기막힌 조화
 제가 예전에 했던 권익환 작가님의 메모리 게임은 이렇게 스피디한 순발력 게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 게임이 이렇게 변형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카드의 짝을 찾는 조건에 복수의 조건이 있고 그 중 하나만 일치하면 된다라는 유사점이 있는 걸로 봐서는 그것에서 파생된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메모리 게임이 좀더 정도를 걷는 메모리 게임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기억력과 더불어 순발력, 그러니까 순간 기억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게임이 속도감이 붙으면서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살짝 손이 떨어진 그 순간의 틈을 노려서 인터셉트를 하는 재미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카드 공개가 잘 떨어진다면 콤보로 연속 꼼짝마!를 노릴 수도 있는데 이런 장면이 연출되면 그 주인공이 내가 아니더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2. 할리갈리 종이 그렇게 고장이 잘 난다면서?
 저는 꼼짝마!가 훌륭한 할리갈리의 대체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필연적으로 손등을 맞아야 하는 것은 별로 달갑진 않습니다만... 제가 일전에 할리갈리의 대체재로 캔디매치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거의 할리갈리와 같으면서 손등을 맞을 일이 없다는 점이었지요.

 그런데 꼼짝마!는 제가 싫어하는 폭력(?)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캔디매치보다 훨씬 재밌게 즐겼습니다.

 그리고 할리갈리보다 더 뛰어난 점은... 뿅뿅이가 종보다 고장 날 위험이 더 적다는 점?

3. 별 거 없는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손 사용 제한
 한 손만 사용한다는 그 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한 손 쓰는 걸 좋아해서 아직도 한 손에 꼭 들어오는,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 iPhone SE를 6년? 7년?째 쓰고 있습니다(TMI).

 아무튼, 한 손을 씀으로써 발생하는 상황적 재미를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보안관 배지를 누르기 위해서 손을 뻗은 그 순간, 내가 공개했던 카드에 대한 정보가 다시 한 번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다른 플레이어에게 생각치 못한 꼼짝마!를 당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은 공개되는 카드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빈틈을 노려서 상대가 꼼짝마!를 외치려는 그 순간을 노리는 것도 꽤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1. 힘 빠지는 마무리
 일단 규칙 자체가, 코어 규칙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디테일은 조금 느슨한 편입니다.

 플레이어 인원에 따라 똑같이 카드 장수를 나눠 가질 수 없음에도, 그냥 남으면 알아서 나눠 가져라는 것도 그렇고, 가장 불만인 건 게임 마무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신나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제 슬슬 플레이어들의 더미가 바닥나기 시작하는데요. 그런데 이 후반부에 수배 전단지는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범인들만 나오다가 끝난다면 그 전까지의 즐거움이 갑자기 모래알로 흩어져 한 웅큼 쥐고 있으려고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허망함으로 마무리되고 맙니다.

 이 감정에는 게임을 더 하고 싶은데 끝나서 아쉬운 감정도 있을 것이고, 갑자기 이렇게 끝난다고? 하는 의아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이 허망함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지는 게이머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2. 적녹색약에 대한 배려?
 다른 건 모르겠고, 스카프 색깔에서 연두색하고 빨간색이 있는데, 이 두 가지 색깔이 적녹색약인 분들께 조금 약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색약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보일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괜한 오지랖으로 걱정해봅니다. ㅎㅎ



할리갈리 - 두 말하면 입 아프죠.
캔디매치 - 비교적 평화로운 할리갈리.
판다니즘 - 할리갈리류 게임 중에서는 상당히 고도화된 편에 속하는 순발력 게임.


 저는 비교적 테마를 잘 살렸으면서도 복잡하고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게임을 만드는 비딸 라세르다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준수한 작품을 찍어내는 필 워커-하딩, 블라다 크바틸 같은 작가들만 천재적인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군대 침상을 닦으면서 폴드잇을 탄생시킨 고요한 작가님이나 중력을 이용한 훌륭한 눈치 게임 풀카운트, 끌어온다는 발상에서 탄생한 드랍 더 네트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님도 천재적인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줄자를 이용한 거리 가늠 게임 Size Up과 바로 지금 톺아보는 이 게임 꼼짝마!의 작가이신 권익환 작가님도 그런 천재의 대열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언급하지 않은 다른 작가분들은 천재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지만.)

 물론 저 역시도 한국에서 비뉴스라던가 버라지 같은 본격적으로 심오한 전략 게임이 나올 수 있는 날을 바라마지않지만, 작가 분들이 그런 게임에 도전하지 않고 파티 게임 위주로 개발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 분들이 욕을 먹어야 한다거나 그 분들의 작품이 폄하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시대, 그리고 그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능력이니까요.

 작가 분들 중에는 크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어떻게든 발전시켜서 기어코 내놓으시는 분들과, 퍼블리셔에서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내어 해당 퍼블리셔에 맞는 게임과 아이디어를 내놓으시는 분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권익환 작가님은 그 중에서도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후자군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요.

 아무튼 국내 작가 분들도 많은 분들께 널리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꼼짝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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