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블로 제공] 보드게임 카운트 업 톺아보기

게임 작가 및 그래픽 작업   - 서진우 (대한민국) | 대표작:   조각보설 ​ 부산 독립 보드게임 출판 씬의 3대장  중 가장 유명한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쇼 하우스 의  서진우  작가님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머지 두 분은 ' 트...


게임 작가 및 그래픽 작업 - 서진우 (대한민국) | 대표작: 조각보설

부산 독립 보드게임 출판 씬의 3대장 중 가장 유명한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쇼 하우스의 서진우 작가님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머지 두 분은 '트레비'의 세하 작가님, '스파르타 스쿨', '워드 캡처'의 Luffy 작가님)

물론 지금은 서울로 상경하셔서 더 이상 부산 작가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지만요. 역시 사람은 서울로(?).

작년 비콘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쥐고(현장에서 저도 파우치 버전 카운트 업을 구매했었는데, 시상 때 피스크래프트 사장님의 '딱히 권위는 없지만...'이라는 말씀이 웃픈 현실...) 국내의 다른 메이저 퍼블리셔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게임이 바로 카운트 업입니다.

결국 젬블로에서 그 판권을 가져가게 되었죠(그와 동시에 작가님까지 젬블로 군단으로 영입).

이 소식을 듣고 저를 비롯한 몇몇 분들은 '아니, 다른 회사의 오퍼도 많았는데 왜 젬블로?'라고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현재 젬블로에서 '워드 캡처'를 필두로 '카운트 업', 그리고 앞으로 나오게 될 '후 앰 아이'까지, 부산 작가님들의 게임을 적극적으로 제품화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결과적으로 매우 잘 된 일인 것 같습니다.

카운트 업은 굉장히 유니크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에 작가님께서 직접 연락주시어 젬블로판 카운트 업을 선물로 보내주셨기에, 쇼 하우스의 파우치판과 비교하는 것 위주로 글을 풀어볼까 합니다.

게임의 목표

숫자 50을 세는 동안, 남들과 겹치지 않고 단독으로 카운트 마커를 진행시켜야 합니다. 물론 서로 숫자가 겹치더라도 그에 대한 보상 점수도 있습니다. 카운트 마커가 멈춰있는 곳의 숫자와 보상 점수를 합하여 점수를 기록합니다. 네 라운드를 진행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모으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게임 도중에 한 플레이어가 두 라운드에서 20점 이상의 점수를 기록하게 된다면 즉시 승리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대한 많은 점수를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게임 구성물

 


제품 정면 사진입니다.

왼쪽은 좀 꼬질꼬질한 것 같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요.

파우치 버전은 지퍼 부분에 다양한 색깔 배리에이션이 있었지만, 사실 내용물은 전부 같아서 어떤 색을 구매하셔도 무관했습니다.

전 당시 선택권이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처음에는 아트워크가 완전 똑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잘 보면 미세하게 디테일이 다릅니다.

그라데이션의 방향이라던가, 물감 표현의 디테일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제품 후면 사진입니다. 쇼 하우스 게임즈 폰트는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젬블로판에 대해서는 특별히 코멘트할 게 없네요.



먼저 쇼 하우스 파우치판의 구성물입니다.



젬블로판의 구성물입니다.

비슷한 듯 다른 듯한 구성입니다.

그럼 각 항목별로 비교해 보죠.

이하 사진들은 왼쪽이 쇼 하우스판, 오른쪽이 젬블로판입니다.


설명서입니다. 사실 쇼 하우스판의 설명서는 일본 판매를 위한 번역 때문에 디지털로 먼저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틀리지 않다면 배민 폰트일텐데, 저는 별로 선호하는 폰트는 아닙니다.

제품판 설명서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이것이 큰 회사의 레이아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깔끔함이 장점이네요. 확실히 파우치판보다 가독성이나 규칙 익히는 것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어차피 카운트 업은 설명서 읽어봐도 바로바로 쉽게 파악이 안 되는 게임이라는 게 함정.

여기에 영어 규칙서가 같이 동봉된 것은 젬블로의 글로벌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수 보드(사실 큰 카드지만)입니다.

코어 디자인은 똑같습니다.

다만 쇼 하우스판은 스크래치 효과가 있고 젬블로판에는 스크래치 효과가 없다는 차이 정도네요.

배경 색깔 배색도 다르긴 한데, 젬블로판은 좀 더 익숙하고 명확하며 선명한 무지개 색깔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 카드의 스펙이 다릅니다.



쇼 하우스판은 격자 무늬 코팅이 되어있지 않지만, 젬블로판은 국내 게이머들이 많이들 선호하시는 격자 무늬 코팅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 생산하면 쇼 하우스판처럼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국의 유명 공장에서 생산한 젬블로판에서는 분명 민무늬 코팅과 격자 무늬 코팅 등 여러 옵션이 있었을텐데, 과감하게 격자 무늬 코팅으로 가셨네요.

이러한 코팅 디테일의 차이는 다음 카드 구성물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집니다.



제한 카드와 가림 카드입니다.

일단 카드 내용은 완전히 똑같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재질 외에도 차이가 있더군요.

 



바로 카드 크기입니다.

쇼 하우스판이 6388이었다면 젬블로판은 5888입니다.

5888은 대체로 아시아권에서 선호하는 카드 사이즈일텐데, 역시 한국인들을 타겟으로 사이즈를 바꾸지 않았나 싶네요.

근데 영어 규칙서를 동봉했다는 의미에서 보면, 그냥 서양에서 선호하는 6388로 유지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카운트 마커로 쓰이는 유리 컴포넌트입니다.

젬블로판에서는 인원이 7명으로 늘었기 때문에 하나 더 늘어나게 된 것말고는 딱히 디테일이 바뀌거나 하진 않았네요.

젬블로판에서의 지퍼백이 좀 과하게 큰 것 같은 느낌이지만 아무튼.


가장 핵심적인 구성물 중 하나인 시트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는 한데...

 


이렇게 보면 양이 어마어마하게 차이납니다.

젬블로판에서는 충분히 넉넉하게 넣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컬러 시트지 은근 비싸거든요.

이 정도 시트지 양도 너무 적다고 평가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만, 여러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혜자입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보드라이브 방송으로 시트지 데이터를 공개하신다고 하셨으니(시트지 공개를 꺼리는 퍼블리셔도 있어서, 이거 대표님과 충분히 이야기 된 건가 싶긴 하지만 ㅎ) 부담 없이 막 쓰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여담으로 저는 점수 기록용 시트지가 포함된 게임은 시트지 데이터를 널리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리한 여우처럼 시트지 자체가 콘텐츠인 경우에는 제외.

그리고 또 하나 차이가 있는데요.




쇼 하우스판에서는 단순히 1라운드에서는 겹치는 숫자가 나올 경우, 1점. 2라운드에서는 1점, 3라운드에서는 2점, 4라운드에서는 3점… 등 같은 라운드에서는 각 칸마다 겹칠 때 얻을 수 있는 점수가 통일되어 있었는데, 젬블로판에서는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좀 더 숫자를 채울 때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래 소개할 젬블로판만의 추가 구성물은 크게 와닿지 않는데 이 칸마다 다른 점수를 얻는 변수가 젬블로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묘하게 색깔 구성도 바뀌었어요. 특히 쇼 하우스판에서는 구분이 힘들었던 3번째 칸과 5번째 칸의 색깔이 좀 더 구분하기 쉽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젬블로판에만 있는 구성물입니다.



위험 구간 카드와 지우개가 달린 연필입니다.

지우개가 달린 연필 7개가 기본적으로 제공됨으로써, 이제 젬블로판을 여는 순간, 바로 게임이 가능해 졌습니다.



위험 구간 카드입니다.

이 모듈을 적용하게 되면, 카드에서 명시하고 있는 구간에서 숫자가 겹칠 경우, 그 구간에 해당하는 숫자가 적힌 칸의 겹침 보상 점수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구간은 10단위로 끊어지기 때문에 0, 10, 20, 30, 40 등 5장으로 이뤄집니다.

게임의 준비

각 플레이어들은 게임 시트와 연필, 카운트 마커, 점수 보드를 1개씩 가져갑니다.

각자 게임 시트의 0칸에 자신의 카운트 마커를 올려 놓습니다.

게임 시트에 숫자를 적기 전, 현재 인원수를 확인하여 그 인원에 맞게 제한 카드와 가림 카드를 이용하도록 합니다.

3명 - 제한 카드 1장과, 가림 카드에서 3인용(숫자 0이 적힌) 면을 공개하여 총 4개의 숫자를 쓰는 것이 금지

4명 - 제한 카드 1장을 공개하여 총 3개의 숫자를 쓰는 것이 금지

5명 - 제한 카드 1장을 공개하고 제한 카드 하단의 숫자 1개를 가림 카드로 가려 총 2개의 숫자를 쓰는 것이 금지

6명 - 제한 카드 1장을 공개하고 제한 카드 하단의 숫자 2개를 가림 카드로 가려 총 1개의 숫자를 쓰는 것이 금지

7명 - 제한 없음

금지 숫자 정보를 확인하여, 서로 무슨 숫자를 쓰는지 보지 않고 1부터 49 범위 내에서 현재 진행할 라운드에 해당하는 칸 5곳에 금지 숫자를 제외한 원하는 숫자를 적습니다. 모두가 5칸을 다 채웠다면 게임 준비가 끝납니다.

진행 방법

카운트 업은 사실, 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각자의 차례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아무 한 명을 임시 리더로 정하여(사실 반드시 한 명일 필요는 없음) 숫자를 1부터 오름차순으로 세어 나갑니다.

가장 처음 숫자를 세어 나가는 것은 임시 리더이기 때문에 자신의 게임 시트 점수를 올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누군가 숫자를 세어 나가는 도중에 내가 쓴 숫자가 호명될 경우, 손을 들고 해당 숫자를 외칩니다.

이 때, 손을 든 사람이 나 혼자라면 내가 새로운 리더가 되어, 그 다음 숫자부터 숫자를 세어 나갑니다.

지금부터는 숫자를 세어 나갈 때마다 자기 게임 시트 위의 카운트 마커를 1칸씩 다음 칸으로 전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손을 든 사람이 여럿이라면 아무도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단, 손을 든 사람끼리는 그 숫자를 적은 칸에 X를 치고 그 칸 오른쪽 상단 귀퉁이에 있는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라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임시 리더를 정하여 다음 숫자부터 세어 나가기를 이어갑니다.

누군가 단독으로 리더가 되어 숫자를 세어 나감과 동시에 카운트 마커를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위에 대한 처리는 같습니다.

리더가 숫자를 세어 나가는 도중에 나 또는 다른 플레이어가 쓴 숫자가 호명될 경우, 마찬가지로 손을 들고 해당 숫자를 외칩니다.

역시 그런 사람이 혼자라면, 리더였던 사람은 카운트 마커를 올리던 행동을 멈추고(그 숫자에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고 해서 내 카운트 마커를 한 칸 뒤로 되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 숫자를 불렀을 때까지 카운트 마커를 옮기고 그 자리에서 멈추면 됩니다), 이번에 손을 든 사람이 리더가 되어(리더 본인이 다시 리더일 경우에도 무관), 그 다음 숫자부터 숫자를 세어 나갑니다.

그런데, 손을 든 사람이 여럿이라면 마찬가지로 아무도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단, 손을 든 사람끼리는 그 숫자를 적은 칸에 X를 치고 그 칸 오른쪽 상단 귀퉁이에 있는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리더였던 사람은 리더 역할을 잃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라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임시 리더를 정하여 다음 숫자부터 세어 나가기를 이어갑니다.

50까지 숫자가 세어지면 한 라운드가 끝납니다.

각자 게임 시트 위에 카운트 마커가 올려져 있는 숫자와, X 표시된 칸 오른쪽 상단 귀퉁이의 점수를 합쳐서 오른쪽 합계 칸에 적습니다.

20점 이상일 경우, 게임 시트지에서 별 모양 20 칸에 체크를 하나 합니다.

이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합니다.

(위험 구간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전 위험 구간 카드는 버리고 새로운 위험 구간 카드 1장을 새로 공개합니다)

게임의 종료

라운드가 끝난 후, 별 모양 20 칸 두 곳에 모두 체크를 한 플레이어가 있을 경우, 해당 플레이어의 승리로 즉시 게임이 끝납니다.

그게 아니라면, 4라운드까지 모두 진행을 합니다. 4라운드가 끝나면 게임이 완전히 종료되고, 각 라운드의 합계 점수를 모두 합하여 게임 시트 오른쪽 하단의 점수 칸에 적습니다. 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동점이 나올 경우, 개별 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인상적인 부분

1. 새로운 메커니즘

누가 단순히 숫자 세기로 보드게임을 만들 거라고 생각했겠습니까?

물론 스트림스처럼 숫자가 적힌 타일을 뽑아 그 숫자를 호명하여 빈 칸에 적는 게임은 있었죠.

숫자를 미리 채워놓은 뒤, 숫자를 호명하여 그 숫자를 적은 칸에 X를 치는 빙고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들은, 숫자의 무작위성에 기댄 운빨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운트 업은 숫자가 나오는 순서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1부터 50까지 오름차순으로 말이죠.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호명되는 숫자가 고정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고 무작위인가 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스트림스나 빙고 게임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가지고 칸을 채워나가게 됩니다.

물론 큰 맥락에서보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라는 고민은 같습니다. 하지만 '저 주머니에서 어떤 숫자가 나올까'가 아니라 '누가 어떤 숫자를 썼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카운트 업이 상대방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단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카운트 업에서의 유일한 변수는 바로 함께 하는 플레이어들입니다. 위험 구간 카드가 있긴 하지만, 위험 구간 카드가 나오더라도 결국 플레이어들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라운드를 시작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로지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각자 어떤 숫자를 채웠느냐에 따라 종잡을 수 없는 변주가 이뤄집니다.

완벽하게 같은 조건이 주어진 상황에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에서 오히려 이 게임은 전략 게임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자괴감의 발현에서 오는 중독성

카운트 업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쓴 숫자가 다른 사람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쓴 숫자와 그 공백이 길어서 혼자 많은 카운트 마커를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부분은 아닙니다.

특히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더욱 단독으로 치고 나가기 힘들죠.

그런데 이 대단한 것을 직접 해냈을 때, 그리고 직접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혼자 엄청난 양의 카운트 마커를 옮겨 대량으로 점수를 득점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 경이가 꽤 쾌감과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남이 하는 걸 지켜 보기만 할 때도, '와 씨, 나도 한 방 보여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이러한 감정에는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쟤도 하는데 내가 못한다고?'라는 마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 기름을 더 붓는 것은, 이 게임이 매우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는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난도가 낮으면 낮을 수록, 실패 했을 때의 자괴감이 크죠. 특히 나는 못 했는데 다른 사람이 성공했다면? 자괴감을 밑거름으로 삼아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바로 이럴 때 '야, 한 판 더 해!'라는 외침이 나오는 것이죠.

3.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간편함과 인원수용력

카운트 업은 부담없는 플레이 시간과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콤팩트함이 강점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여러 카피가 있다면 그 카피 수와 비례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게임 인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에{추가 규칙 - 8인 이상부터는 플레이어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카운트 업의 채대 숫자가 5씩 증가(8명 - 55, 9명 - 60, 10명 - 65…)} 오리엔테이션이나 레크레이션 용으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죠.

특히나 손을 들어서 내가 바로 이번 숫자를 적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오리엔테이션이나 레크레이션 용으로 좋은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웠던 부분

1. 반복 시 피로감

이 게임을 좋아하는 분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일 것입니다.

카운트 업을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매번 다른 플레이어들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숫자를 적는 것이 이전보다 대충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 게임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분의 경우에도 숫자를 대충 적어넣게 되죠.

카운트 업은 결국 매우 단순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눈치 싸움은 결국 개인의 영역입니다. '저 사람은 저런 성향이니까 이렇게 숫자를 쓰겠지?'라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신다면 상관 없겠지만, 본인이 그런 성향이 아니라면 이 게임에서 긴장감이나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피곤해 하겠죠.

2. 대격변은 없었다

젬블로판 카운트 업이 나온다고 해서, 과연 어떻게 바뀌어서 나올까 기대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대격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젬블로의 워드 캡처를 보았기 때문에 딱히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카운트 업은 바꿀 게 없었다'라면 엄청난 극찬이 될 수 있겠죠?

마무리

페스타 때였나 언제였나…

웬 아버지와 아들이 서진우 작가님 부스에서 카운트 업을 즐기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스에서 명예 도우미로서 사람 수 모자랄 때 꼽사리로 껴서 하기도 했죠)

아버지는 약간 심드렁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게임을 하시니 엄청 빵빵 터지면서 재밌게 하시더군요.

아들도 몇 번이고 계속 이 게임을 하려는 통에, 다른 분들이 뒤에 서서 기다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고요.

아내 분의 연락을 받고서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셨던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해당 부스를 방문하셔서 또 카운트 업을 즐기셨습니다. 정말 질리지도 않아 하시더군요.

(그렇게 죽 치고 즐기신 것치고 결국 마지막에는 구매는 하지 않고 그냥 가셨다는 건 함정)

뭐, 구매하지 않고 그냥 갔다는 건 차치하고, 심드렁했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폭소와 화기애애의 현장으로 바뀔 수 있게 하는 게임.

그런 게임이 결국 롱 런하고 좋은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드게임 시장이 가족이나 아동용을 타겟으로 한 것에 멈춰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결국 보드게임의 본질은 어려운 수 싸움이 오고 가는 것이 아닌, 게임의 가볍고 무거움을 떠나 사람 간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의 인간 관계는 썩 좋지 않습니다만)

카운트 업은 매우 가벼운 게임이지만 기존의 게임들과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드게임의 본질에 대한 역할을 충분히 다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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