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풀 카운트 톺아보기

■ 디자이너 : 임태순(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  세상에는 없는, 남들과는 다른 메커니즘의 보드게임을 만드는 독보적인 게임 디자이너이자 미술 선생님.   대표작 - 드랍 더 네트  아시다시피 저는 보드게임에 대해 1도 모르는 보세포이기 때문에, 2019...



■ 디자이너: 임태순(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
 세상에는 없는, 남들과는 다른 메커니즘의 보드게임을 만드는 독보적인 게임 디자이너이자 미술 선생님.
 대표작 - 드랍 더 네트

 아시다시피 저는 보드게임에 대해 1도 모르는 보세포이기 때문에, 2019년 처음으로 비콘에 가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몰랐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은 것도 있고요.

 당시 비콘에서는 비스켓 게임즈의 '킹 솔로몬', 한곰 게임즈의 '크리드'(맞나...?), 서진우 작가님의 '카운트 업', 반스웍스의 '이계의 문', 월풍님의 '괴짜 화가', 목성의독서가님의 '알 카즈네', 루피님의 '후 앰 아이' 등 여러 개인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언급하지 않은 팀은 죄송합니다. 자세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물론 즐기지 않은 게임도 있었고... 언뜻 황소망 작가님도 본 것 같긴 한데... 무슨 TRPG 였던...

 아무튼 이 날 즐겼던 게임들은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몇몇 작품은 최고로 꼽을 수도 있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그리고 지금까지 즐겨본 국산 보드게임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것은 이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풀 카운트'입니다.

 이 게임은, 본인이 보드게이머라면,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봐야만 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감히 어설프게 보드게임을 논한다면, 싸대기를 날려 강냉이를 다 털고 아봉시켜 주세요.



 시합은 0:0 상황의 9회초부터. 각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이닝. 서로 공격과 수비를 단 1회씩 번걸아가며 최종적으로 더 많은 득점을 올린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겉박스입니다.
 마인크래프트같은 조잡한 느낌은 아니지만, 3D 도트 느낌이 물씬납니다.

 다만 궁서체가 저를 좀 진지하게 만드는군요.


 밑박스입니다.
 관중석의 느낌이 꽤 좋습니다.

 여전한 궁서체는 저의 진지함을 심각함으로 바꿉니다.
 개인 제작 게임답게 제작 정보 같은 건 없네요.

 박스 재질이 살짝 미묘한데, 단단해도 너무 단단한 느낌입니다. 단단이 아니라 딴딴?
 약간 '부산'의 박스 두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규칙서입니다.
 계속되는 궁서체는 저를 이젠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리는군요.

 궁서체 말고는 다 좋습니다.


 ?!
 굴림체의 대향연. 저를 기어코 무감각에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속 내용이군요. 아마 제가 죽으면 사리가 발견될 겁니다.

 사실 작가님께서 규칙이 조금 바뀌었는데 반영이 안 되어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바뀐 규칙을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마우스 패드 재질의 게임판입니다.
 이용은 작가님의 서스피셔스가 원조인 줄 알았는데, 풀 카운트가 원조였군요?


 야구공 큐브입니다.
 아무 것도 붙어있지 않은 면은 야구에서 '볼'을, 회색 스티커가 붙은 면은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를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티커는 직접 부착해야 합니다.


 각 팀의 점수 마커입니다.



 이거 용도가 있었는데, 까먹었습니다.
 빨간색으로 불타는 것이 무슨 마구... 같은 거 였던 거 같은데

 규칙서에는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야구 선수 미플입니다.

 회색은 공격 측, 검정은 수비 측입니다.
 야구는 각 9명, 총 18명의 선수가 플레이하는 게임인데 미플은 그에 비하면 약간 모자라죠?

 수비 측에서는 투수와 포수가 빠지고, 공격 측은 어차피 주자가 3명까지만 나갈 수 있으니 3개면 충분.


 전광판을 나타내는 판입니다.
 사진만으로도 상당한 재질감이 느껴지죠?


 위에서부터 아래의 순서로, 볼, 스트라이크, 아웃을 나타내는 토큰입니다. 


 이렇게 사용합니다.
 너무 쏙 들어가서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전광판이 꽉 차면 똥줄이 타는 상황이니까, 이런 전광판은 보고 싶지 않겠지만요.


 배트입니다.
 단, 이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 아닌, 아까 보여드린 야구공 큐브를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려서 이 배트에 맞춰서 튕겨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배트는...


 이 뚜껑과 함께 사용합니다.

 왼쪽이 기본, 오른쪽이 주화 배트입니다.
 주화는 다크 호스의 작가님이자, 사당 스몰월드 사장님의 이름으로, 이 게임을 너무 잘 하셔서 만든 숙련자용 뚜껑입니다.


 텀블벅 펀딩에서 1,200만원을 돌파하여 만들 수 있게 된 글러브 가림막입니다.

 수비 측은, 야구공 큐브를 이 가림막 뒤에서 볼을 던질 것인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인지 결정하게 됩니다.


 전설의 선수들입니다.
 각각은 공격형 선수와 수비형 선수로 나뉘어져 있고, 서로 다른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프로 선수들이다보니 불필요한 송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하여 미묘하게 이름을 변형시켰습니다. 물론 그래도 야구 팬이라면 누군지 바로 눈치챌 수 있겠죠.

 저는 사실,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TMI: KIMKUN은 축구파)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그래도 웬만한 선수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실제 그 인물과 어울리는 특수 능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테마와 시스템이 여기서 이렇게 녹아납니다.


 이 게임은 2명이서 즐기는 것이 베스트이기 때문에 2명이 즐기는 것을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야구장 보드, 전광판, 전광판 표시 마커 3종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합니다.
 전광판은 야구장 보드의 홈 베이스와 같은 선상 혹은 그 밑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야구장 보드 위에 배트를 세팅합니다.
 야구 배트는 야구장 보드 위에 그려진 홈 베이스의 직선과 딱 맞추도록 합니다.

 이제 공격형 전설의 선수 중 무작위로 4개를 뽑고, 중앙에 깔아놓습니다.


 누가 먼저 전설의 선수를 고를 것인지, 적당한 방법으로 결정하고, 먼저 고르기로 한 플레이어가 우선 1개를, 그리고 나중에 고르기로 한 플레이어가 남은 3개 중 2개를 가져갑니다. 남은 1개는 먼저 골랐던 플레이어에게로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7원더스에서 불가사의를 드래프트하는 방식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이어서 수비형 전설의 선수 중 무작위로 3개를 뽑고, 중앙에 깔아놓습니다.

 이번에는 공격형 전설의 선수를 나중에 골랐던 플레이어부터 먼저 수비형 전설의 선수 중 하나를 먼저 고릅니다. 남게 되는 수비형 전설의 선수 1개는 뒷면으로 뒤집어 다시 되돌립니다.


 이제 각 플레이어는 공격형 전설의 선수 2개, 수비형 전설의 선수 1개 등 총 3개의 전설의 선수를 가지고 게임을 운영하게 됩니다.

 각 플레이어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전설의 선수 토큰을 뒤집어진 상태로 3개씩 가져옵니다. 이 3개는 일반 타자가 됩니다.

 그리고 이 일반 타자와 함께 공격형 전설의 선수 2개를 원하는 순서로 배치합니다.


 위에서부터 아래의 순서로 타선이 됩니다.
 1번부터 5번까지는 각자가 원하는대로 세팅할 수 있지만, 6번 타자부터 9번 타자는 일반 타자로 고정입니다. 규칙서에는 이닝 중 6번 타자부터는 계속 일반 타자로 취급한다고 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전설의 선수를 활용하면 충분히 1~9번 타자가 순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수 세팅까지 끝나면, 이제 백넘버가 가장 낮은 숫자인 전설의 선수를 가져간 플레이어가 먼저 수비 역할을 맡으며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수비 측은 규칙에 맞춰서 미플을 배치합니다. 1루수, 2루수, 3루수는 야구장 보드에 고정된 위치를 표시하는 표시목이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도록 하고, 유격수는 야구장 보드 기준으로 왼쪽 위 빈 공간이면서 2루 꼭지점을 넘어가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배치합니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는 야구장 보드의 상단 꼭지점보다 위쪽에 배치한다면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공격 측에 있어서는 항상 시작 시 2루 주자 하나가 진루해 있습니다.


 풀 카운트는 우선 수비 측과 공격 측이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선택은 항상 수비 측이 먼저 결정한 후, 공격 측이 결정합니다.

 수비 측은 글로브 가림막 뒤에서 야구공 큐브를 가지고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1. 야구공 큐브를 실밥(스티커를 붙인 면)이 보이게 놓는다. - 스트라이크
 2. 야구공 큐브를 하얀 면(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면)이 보이게 놓는다. - 볼

 선택이 끝난 후, 공격 측에 선택이 끝났음을 알립니다.

 이제 공격 측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3가지입니다.

 1. 공을 친다.
 2. 가만히 있는다.
 3. (주자가 있다면) 도루를 시도한다.

 공격 측이 선택을 마치면, 수비 측은 글로브 가림막을 치워서 공을 보여줍니다.

 수비 측이 스트라이크를 선택했고, 공격 측이 공을 친다를 선언했다면 공격 측은 배트에 야구공 큐브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떨어뜨리는 높이에 따라...



 비거리의 차이가 생깁니다.

 야구공 큐브는 반드시 배트 구멍 사이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또한, 야구장 보드의 파울 라인을 넘지 못하면 '파울'이 되어 스트라이크가 1개 추가되고, 파울 라인을 넘어가면 '안타'입니다. 안타는 다시 '1루타', '2루타', 그리고 '홈런'으로 판단됩니다.

 안타가 야구장 보드 안에서 멈춘 것은 1루타, 야구장 보드는 넘어갔으나 가장 멀리 있는 외야수를 넘어가지 못한 경우 2루타, 가장 멀리 있는 외야수 위치를 넘긴 경우 홈런.

 안타를 쳤더라도, 수비 측 미플에 공이 닿으면 아웃이 됩니다.

 안타 상황이 발생하면, 수비 측은 과감한 수비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는 것이죠.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면 홈 베이스 기준으로 현재 야구공 큐브의 위치보다 더 멀리 있는 수비 측 미플 하나를 알까게 됩니다.

 수비 측 미플을 알까기 방식으로 쳐서 야구공 큐브를 맞추면 아웃입니다.

 만약 실패할 경우, 1루타는 2루타로, 2루타는 3루타로 상향 판정됩니다.

 수비 측이 스트라이크를 던졌는데 공격 측이 가만히 있었다면, 그리고 수비 측이 볼을 던졌는데 공격 측이 공을 친다를 선언했다면, 스트라이크 카운터가 올라갑니다.

 수비 측이 볼을 던졌는데 공격 측이 가만히 있었다면, 볼 카운터가 올라갑니다.

 공격 측이 도루를 선언한 경우, 수비 측이 어떤 공을 던졌느냐에 상관없이 도루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공격 측이 주자를 알까기로 다음 베이스로 쳐낼 수 있습니다. 단, 수비 측이 스트라이크를 던졌다면 한 번 튕기기, 볼을 던졌다면 두 번 튕기기가 가능합니다.



 스트라이크, 볼에 대한 카운트 규칙은 야구 규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스트라이크 3번이면 아웃 카운트가 1개 추가되고, 볼 카운트가 4번이면 타자가 1루로 출루하고, 아웃 카운트가 3번이면 공수 교대가 일어납니다.


 공격과 수비를 각각 1회씩 진행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그 후 더 많은 점수를 낸 플레이어가 승리하며, 비길 경우에는 동점으로 처리합니다. 물론, 야구 규칙과 마찬가지로 9회말 상황에서 공격 측이 수비 측보다 더 많은 점수를 득점하게 된 순간 공격 측의 승리로 끝납니다.


1. 야구 그 자체인 듯한 테마성
 사실 스포츠 테마의 게임은 덱스터리티로써, 기구를 이용해서 말을 움직이는 게임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출처: 알리바바
출처: 데일리시큐

 이러한 게임들은 분명 원초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야구 게임 같은 경우, 실제로 공이 굴러오고 그 공을 배트를 휘둘러 치는, 어찌보면 외형적으로는 야구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의 야구 게임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전 야구가 대단한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이유로써,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진다거나 홈런을 많이 친다거나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각 팀이 갖추고 있는 진형 전략(예를 들면, 장타의 선수가 타선에 들어서면 수비수 위치를 멀리 배치한다거나 내야 안타가 많은 선수에게는 보다 베이스에 가깝게 수비 폭을 좁히는 배치를 한다거나), 투수(그리고 포수)와 타자의 치열한 수 싸움을 꼽습니다.

 풀 카운트에는 수비 전술, 투타 간의 신경전 모두 훌륭하게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수비 측은, 일부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수비 미플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자유롭게 배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공을 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기로에서는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 무작정 크게 휘두르고 보는 타자, 곧 죽어도 직구만 던지는 투수, 고의로 볼만 던져서 일부 타자를 거른다거나(특히 이런 식으로 일부 전설의 선수의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데, 마치 4번 타자를 고의로 거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등 실제 야구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이 풀 카운트 안에서도 펼쳐질 수 있습니다.

 도루, 다이빙 캐치도 알까기가 무척이나 잘 어울립니다. 정확하게 미플이 베이스에 착 멈췄을 때, 그리고 수비 미플을 날려서 야구공 큐브와 딱하고 부딪힐 때의 짜릿함은 분명 실제 야구에서의 그것과 같은 짜릿함일 것입니다.

2. 그 어디에도 없는 전무후무한 독창성
 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님의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까기는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타자와 투수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사실 비공개 배팅으로 정말 널리고 널린 시스템이죠. 살짝 다르긴 하지만 포커에서의 블러핑 느낌도 낼 수 있습니다.

 제가 풀 카운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과학입니다.

 풀 카운트만큼 과학 원리를 잘 이용한 게임이 또 있었을까요?
 풀 카운트는 타격에 있어서 중력을 메커니즘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게임이 왕왕 있죠? 당장 생각나는 것은 만두 게임즈에서 한국어판으로 출판된 파이어볼 아일랜드, 최근에는 라벤스부르거에서 출판 중인 그래비트랙스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언급한 두 게임은 높은 위치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경로를 예상해서 바로 이 경로를 조작하는 것이 중심이지 중력 그 자체는 들러리 역할에 그치고 있죠. 그저 위에서 아래로 구르는 것 말고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위에 언급하지 않은 게임들까지 포함하여) 제가 알고 있는 게임들은 중력을 그런 식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풀 카운트는 그 중력을 진정 중력 그 자체로 200%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항목에서 풀어나가겠습니다.

3. 딜레마의 극의
 풀 카운트에서 게임적 요소로써 가장 잘 살아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딜레마입니다. 가히 딜레마 게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서 이어집니다.

 2번 항목에서 중력을 언급했죠.
 바로 이 중력과 딜레마가 융합했습니다.

 중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위치 에너지입니다. 정확히는 거리에 따른 가속도가 중심이겠지만 어쨌든 같은 것으로 묶겠습니다.
 쉽고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아파트 1층에서 떨어져봐야 심하면 골절 정도의 외상으로 그칠 수 있지만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지면 골절로는 끝나지 않겠죠?

 물체가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질수록 그 물체는 더 강력한 힘을 받게 됩니다.

 네, 풀 카운트에서 타격의 기회는 생각보다 흔하게 오지 않습니다.
 타격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확실하게 잡아야 하죠.

 그런데 여기서 홈런, 2루타 등 장타를 노릴 것이냐, 안전하게 1루타를 노릴 것이냐 하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딜레마는 야구공 큐브를 어떠한 높이에서부터 떨어뜨릴 것이냐로 이어집니다.

 풀 카운트에서 안타가 되기 위해서는 배트 구멍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야구공 큐브를 낮은 곳, 그러니까 구멍과 가까운 곳에서 떨어뜨리면 배트 구멍을 확실히 통과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멀리 가질 않아 파울에 그칩니다. 파울은 아웃이 되진 않지만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가기 때문에 공격 입장에서는 꽤 아쉬운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야구공 큐브를 높은 곳, 그러니까 구멍과 먼 곳에서 떨어뜨리면 배트 구멍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지만, 성공했을 경우 장타가 나올 확률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바로 이러한 딜레마가 중력, 위치 에너지와 찰떡 같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마 뉴턴도 지하에서 사과를 씹으며 눈물을 흘릴 겁니다.

 이것이 만유인력이죠.

 그런데 안타를 치더라도 상대 수비 미플에 닿으면 아웃이 되기 때문에 높이뿐만 아니라 공의 회전, 좌우 위치도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어느 경지에 이른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내는 기술을 갖출 수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만, 그런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타격에 들어서서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바로 이 본격적인 타격 단계에서의 고민은 '볼을 던질까? 직구를 던저 스트라이크를 던질까?', 혹은 '공을 칠까? 가만히 있을까? 도루를 할까?'를 고민하는 상대와의 가위 바위 보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합니다. 상대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나면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이런 스트레스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마치 스트레스가 쌓이면 매운 떡볶이를 찾게 되는 것과 비슷하달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대와의 심리전이 결코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치열한 심리전, 수 싸움으로 포장되는 가위 바위 보 시스템을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이 게임만큼은 가장 뛰어난 가위 바위 보, 진정한 심리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게임 숙련도에 맞춰서 수비진 일부를 자유롭게 전술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배치 전술에 대한 딜레마를 가져다 줍니다. 너무 수비진을 좁히면, 그만큼 상대에게 홈런을 내어줄 확률도 높아지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넓히면 이번엔 안타 존이 넓어지죠.

 또한 안타 상황에서 알까기를 하는 도전이 은근 딜레마를 부릅니다. 야구장 보드와 바닥의 높낮이 때문에 내야 안타의 경우 알까기로 잡을 확률이 적기도 하고, 외야 안타는 쉽게 잡을 수 있겠다고 방심하다가 실수로 공에 닿지 않으면 3루타를 허용하게 되니까요.

4.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퀄리티
 파란만장한개암나무님 게임의 컴포넌트 질은 과연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커팅도 깔끔하고, 목재로 이뤄진 컴포넌트는 정말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끝을 보여주는 것이 배팅 박스, 그리고 글러브 가림막입니다.

 커스텀 미플도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고요.

 컴포넌트 때문에라도 충분히 살 가치가 있습니다.
 스티커도 굉장히 단단하게 잘 붙어있습니다.

 1979 게임즈의 CASE #02에서 제공된 목재 컴포와 스티커를 떠올려 보면 비교가 살짝 됩니다. 물론 CASE #02의 퀄리티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그 게임을 꺼내보면 스티커 접착력이 다 되서 목재 컴포랑 분리되어 버리거든요.

 아직까지 잘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걸 잘못 붙이기라도 했다간...


1. 폰트
 궁서체, 굴림체.

2. 야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사실 야구에 대한 잡다한 배경지식까지는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있다면 불타오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다소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야구 규칙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게임 규칙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야구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비례합니다.

3. 어려운 타격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데, 가장 큰 단점이 될 수 있는 양날검이 바로 타격입니다.

 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바로 중력을 이용한 타격입니다. 사실 호쾌하게 뻗어나가는 공을 보며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데, 이 기회를 살리는 게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0:0으로 진행되는 야구나 축구가 지리멸렬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물론 야구에 한해서 명품 투수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만), 타격도 제대로 못하고 점수도 제대로 못낸다면 이 게임에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정말 귓방망이를 쳐 올리고 싶을 정도로 볼만 던진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게다가 겨우겨우 잡은 타격 기회에서, 배트 구멍에 제대로 넣어 안타를 만들었더니 수비 미플에 닿아서 아웃처리가 된다건가... 이런 경우는 홈런성 타구가 호수비로 인하여 아웃으로 잡혀버리는 것처럼 실제 야구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겠죠? 그 황당함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즐길 수 있는 부류가 있고 그렇지 못한 부류가 있는데...

 이 게임은 생각보다 대단히 정적인 게임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머릿속만큼은 그 무엇보다 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겠지만요.

 풀 카운트는 독창적인 덱스터리티로 분류하는 것이 겉보기에는 편하지만, 실제로는 바둑과 같은 두뇌 스포츠에 더 가깝습니다.


 비콘에서 풀 카운트를 처음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현장에서 구매했습니다.

 이 게임은 반드시 소장해야만 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생각이 들게 한 게임은 비뉴스 디럭스 이후로 처음이었을 겁니다.

 물론 꼼짝마!라던가 SCOUT!라던가 나인 타일 패닉이라던가 필구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들은 꽤 많이 있지만, 비뉴스 디럭스풀 카운트는 그런 필구 게임보다 아득히 더 윗선에 있는 게임들입니다.

 풀 카운트를 해보지도 않고 국산 보드게임을 논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차범근, 박지성을 빼먹은 채 한국 축구를 논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랄까요?

 제가 보드게임을 1도 모르는 보세포인지라 너무 뒤늦게 그 존재를 아는 바람에 시기를 놓쳐서 상당히 궁금해 하는 게임이 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님의 핸즈켓이라는 게임인데요. 지금은 물량이 없어서 구할 수 없는 전설의 게임이기도 하죠. 재생산 계획도 없고요.

 풀 카운트가 없는 분들께 곧 풀 카운트가 그런 게임이 될 겁니다.

 구할 수 있을 때 구매하는 게 답입니다.
 어떻게 구할 수 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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