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우리들의 여름방학, 번역 제작 노트 #1

 지난 도쿄 게임마켓 2019 봄에서 눈에 띄는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cosaic 사의 신작, '나쓰메모(원제:なつめも)'의 한국어판 '우리들의 여름방학'의 발매 소식에 더 없이 기쁩니다.  그리고 그런 ...


 지난 도쿄 게임마켓 2019 봄에서 눈에 띄는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cosaic 사의 신작, '나쓰메모(원제:なつめも)'의 한국어판 '우리들의 여름방학'의 발매 소식에 더 없이 기쁩니다.

 그리고 그런 멋진 작품의 한국어판의 한국어 번역 및 편집 등 총괄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더 없는 영광입니다.

 이 글은, 우리들의 여름방학을 작업하면서 남기는 알아둘 필요까지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를까 해서 남기는 간단한 기록 형식의 번역 노트, 혹은 제작 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왜 나쓰메모 한국어판의 타이틀은 '우리들의 여름방학'인가?


 아시다시피 제가 개인적인 자격으로 만들었던 한국어 자료에서 나쓰메모의 제목은 '여름방학 계획'이었습니다.
 작업 당시, 아직 게임을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하기 전이었고, 게임 제목을 통해서 보다 나쓰메모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지 명확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선정한 제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유저분들과 즐겨보니, 나쓰메모라는 게임이 가진 분위기와 여름방학 계획이 가진 딱딱한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어로 나쓰(なつ)는 여름을 뜻합니다.
 메모(めも)는 메모지할 때의 그 메모(Memo)로 해석할 수도 있고, 기억을 뜻하는 메모리(Memory)의 줄임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동음이의를 살리기 위하여 한국어판의 제목 역시, '여름메모'라고 지을 수 있었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직역에 지나지 않고 나쓰메모가 가진 매력을 담아내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나쓰메모의 한국어판의 타이틀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씀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사실 그 이전에 한국어판 타이틀의 제목은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여름(날)의 추억', '여름방학', '방학일기', '나의 여름방학' 등의 여러 후보군이 있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은 아시다시피 '우리들의 여름방학'입니다.

 저는 나쓰메모가 매우 서정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다 서정적인 느낌을 가진 타이틀을 붙이길 원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최종적으로 '그 여름(날)의 추억'과 '우리들의 여름방학'과 '나의 여름방학', 이 타이틀들 사이에서 아주 약간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쓰메모의 원래 타이틀 디자인의 4가지 색깔을 나눠서 원래 디자인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4글자로 떨어지는 타이틀을 쓰고자 하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 여름(날)의 추억'은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함께해야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의미로 '우리'라는 단어를 꼭 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느낌을 극대화할 의도로 선정한 것이 '우리들의 여름방학'이라는 타이틀입니다.

칭호 번역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


 '우리들의 여름방학'을 작업하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만, 몇몇 칭호가 걸리게 되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칭호인 '河童の末裔'. 갓파의 후예라는 뜻인데, 한국어로써는 특별히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갓파는 일본의 물귀신으로, 서유기에서의 사오정 정도의 포지션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물귀신에 대한 개념은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물귀신과는 결이 달라 딱 맞아떨어지는 용어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간 물고기'를 잠정적으로 최종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막판에 '칭호가 너무 남성 위주의 칭호에 치중된 것은 아닌가?(관리 아저씨, 피터 팬 등 남성의 성별이 확실한 칭호가 있으나 여성의 성별이 확실한 칭호는 없습니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칭호 중에 '피터 팬'이 있으니 그에 대한 대칭적 역할로써 같은 동화 이야기 속 주인공인 '인어공주'로 선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숙제를 다 했을 경우, '전부 예습한 아이(개인 자료에서는 전부 예습한 녀석)'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부의 신'이라는 대체 용어가 있었지만, '숙제를 다 했다고 해서 그것이 공부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원문의 오리지널리티도 존중하기 위해서 '전부 예습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녀석에서 아이로 바꾼 이유는 아무래도 아이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비디오 게임(일본어판에서는 테레비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칭호는 원래 "솔로 플레이어"입니다. 그리고 보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칭호는 "솔리티어 명인"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의미가 서로 비슷하다고 여겨져서 확실히 구분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우선 "솔리티어 명인"을 "혼자놀기의 달인"으로 확정지었습니다.
 "솔로 플레이어"는 원문 그대로 "솔로 플레이어"를 쓰기로 했지만, 약간 제 색깔을 넣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은둔형 외톨이"로 고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비디오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칭호와 보드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칭호의 구분이 전보다 명확해졌다고 자신합니다.

 비밀기지 만들기로 얻을 수 있는 칭호는 원래 "관리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 "관리 아저씨" 혹은 "경비 아저씨"라고 아파트 경비원 어르신들을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 그 추억을 되살리고자 이 두 가지 용어를 꽤 고민했습니다.
 사실 제가 더 자주 썼던 건 "경비 아저씨"였던 것 같지만, 이번에는 원문에 "관리"라는 표현이 명확히 들어가기도 하고, 실제로도 관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관리 아저씨"가 최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숙제하는 날과 관련된 칭호로 한국어판에는 "주의산만"과 "구제불능"이 있습니다.
 원문에서는 각각 "사보리맨", "초사보리맨"으로 여기서 "사보리"란 일이나 공부 등을 게을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후자의 "초"는 보통 일본에서 전보다 더한 놈이란 의미로 뛰어넘을 초(超)를 붙이는 것으로,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노잼<핵노잼", "꿀잼<개꿀잼"에서의 "핵"과 "개" 정도의 접두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개인 한국어화 자료에서는 "땡땡이"와 "상습 땡땡이"를 썼었는데, 사실 땡땡이가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시절에 더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정식 한국어판에서는 여러 고민 끝에 "주의산만"과 "구제불능"을 쓰게 되었습니다. "ADHD"도 사실 먼저 떠올린 용어이지만, 게임에 대놓고 쓰이기에는 너무 강렬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 중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주의산만"과 "구제불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여름방학, 번역 제작 노트 #2"에서 계속.

 "우리들의 여름방학"의 번역은 최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것에 그 초점을 맞춰 작업하였습니다. 물론 그 추억이라는 것이 최대한 객관적인 개념으로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제 주관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는 점은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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