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칼럼/스크린 영어 리딩 - 어벤져스] 영상이 아닌 활자로 그 때의 감동이...?

 2019년 올해, '어벤져스: 엔드 게임'를 끝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오락·상업 영화로써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마블 '인피니티 사가'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막 내림과 함께 서로 다른 형태로...


 2019년 올해, '어벤져스: 엔드 게임'를 끝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오락·상업 영화로써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마블 '인피니티 사가'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막 내림과 함께 서로 다른 형태로 우리 곁을 떠나 휴식을 취하게 된 주요 영웅들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에 먹먹함이 차오르는 듯 합니다.

 그러한 먹먹함이 가시기도 전에, '어벤져스'의 이야기가 책으로 부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서술된 원서와 번역서가 함께 수록된 편집본으로 말입니다.

​ 최고의 영어 학습법이라는 원서 읽기.
 언어 학습법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원서 읽기라는 것은, 이미 일본어 원서를 읽으며 일본어에 대한 감을 유지했던 저에게는 극히 공감하는 의견입니다.

 원서에는 원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감성과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화나 감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지요. 물론 어느 정도 해당 언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원서 읽기의 효과가 극대화하는 면이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영상이나 만화책 등을 통해 우리의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어 있는, 우리가 좋아했던 영웅들의 이야기로 쉽게 각색된 '어벤져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비록 바로바로 해석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때 그 장면들이 떠오르며 저절로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어벤져스 탄생의 서막

 ​저는 단순히 영화 '어벤져스'의 내용만 서술된 내용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영원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이야기 '퍼스트 어벤져'가 서두라는 점은 너무나 적절했습니다.

​ 오 캡틴! 마이 캡틴!

 이처럼 예상치 못하게 그 시작을 알린 서적 '어벤져스'는 단순히 영화 '어벤져스'의 줄거리나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 아닌, 영화 '어벤져스' 이전의 이야기, 즉, 시간 순서대로 각 어벤져들의 탄생을 차례 차례 서술해 나갑니다.

​ 스티브 로저스, 토니 스타크, 브루스 배너, 토르 등.
 각 영웅들의 이야기, 즉 각자의 단독 영화를 매우 간략하게, 하지만 핵심만 쏙 서술하며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으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인물들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겨가면서 하나의 어벤져스로 탄생하는 그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마블 영화를 모르더라도 서적 '어벤져스'를 읽는 것만으로 그 흐름을 이해하고 얼추 따라갈 수가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크린 영어 리딩은 학습서이다

 서적 '어벤져스'를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이 책은 사실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어 학습서에 가까운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를 기준으로 왼쪽 페이지는 영어로, 오른쪽 페이지는 한국어로.
 영문으로 구성된 문장이 훨씬 길기 때문에 단락의 구성은 영문에 맞춰져 있어 한국어 문단 사이의 공란이 거슬릴 수도 있지만, 즉각즉각 한문단 한문단을 번갈아가며 읽을 때는 이보다 탁월한 구성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원문의 문단을 본 뒤, 오른쪽 페이지의 어디부터 봐야하는지 명확하게 구분이 가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긴 영어 문장을 긴 호흡으로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적당한 길이에서 여러 문장으로 끊어서 번역해 놓았기 때문에, 독해하는 요령을 터득하는 방법을 직간접적으로 터득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영어 독해는 긴 문장을 한 번에 다 해석하려고 하는 게 아닌, 구절별로 끊어서 해석하는 것이 효과적이거든요.
 잘 모를 때는, '어? 왜 원문은 이렇게 긴데 한국어 번역 페이지는 뜬금없이 이렇게 문장이 뚝뚝 끊어져 있지?'라는 의문을 갖기 쉬운데, 이렇게 끊어 해석하는 것은 독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서적 '어벤져스'의 한국어 번역 페이지는 이러한 번역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눈여겨 본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욱이 단어집 역할을 하는 워크북이 함께 동봉되어 있어서, 본 서적의 포커스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는 잘 아시겠지요?

영화의 감동을 활자로 그대로 가져오길 기대했다면 글쎄...

 영상이 아닌 활자로 이야기를 구성하는만큼, 배우들의 연기 혹은 만화책의 그림을 통하는 것보다 더욱 구체적인 묘사가 있다는 것은 책이 가진 아주 강력한 장점일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서술 없이 관객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한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그려본 각자의 다양한 해석을 방조하는 것 또한 영화나 만화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요.

 영화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보다 구체적인 서술적 표현으로 인하여 영화 '어벤져스'에서는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부분에 대한 보충이 가능한 것이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퍼스트 어벤져'부터 각 영웅들이 처음으로 '어벤져스'로써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페이지가 모자랐는지, 너무 많은 이야기가 생략되고 말았습니다.

​ 안 그래도 여러 가지 문제로 취급이 안 좋은 헐크인데, 서적 '어벤져스'에서도 '헐크'에 대한 취급은 썩 좋지가 않습니다. 덩달아 헐크의 히로인 '베티 로스'에 대한 취급은 더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영화 '어벤져스'에서의 범우주적 스케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을 보여주었던 '뉴욕 사태'를 활자로는 어떻게 구현했을지 가장 기대했었는데…. 그리고 '헐크'의 '로키 패대기' 장면을 활자로 어떻게 구현했을지, '신이 참 약하군'이라는 명대사를 기대했는데….

어벤져스 속성 과외 + 원서 읽기 속성 과외!

​ 서적 '어벤져스'는 소설로써는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겠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어 번역이 소설 번역이 아닌, 오로지 독해(교육)에 초점이 맞춰진 번역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역설적으로 원문을 직역하는 바람에 원문에서는 느낄 수 있는 맛이 한국어 번역에서는 전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 역자가 개입하여 주요 단어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거기에 주석을 달아버림으로써 원문 훼손까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원문에서는 '아이언맨'의 첫번째 슈트는 갑옷(Armor)으로 시작하여 이야기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슈트로 전환되는 표현 단어 전개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어 번역에서는 이 자연스러운 전개를 끊어버리고 시작부터 이해를 돕는다는 핑계로 갑옷을 슈트로 번역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애초에 아이언맨의 첫번째 슈트는 슈트라기 보다는 갑옷(또는 장갑)에 더 가까워서 굳이 슈트라고 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사실 서적 '어벤져스'의 포커스가 영어 학습이라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소설식 번역을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할 것이라는 것에는 동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로써의 '어벤져스'를 기대해서 그런지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또한 너무 많은 내용이 생략되면서 정작 클라이막스나 극적인 상황이 제대로 된 힘을 갖지 못하고 있어서 그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벤져스'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전혀 무리 없는 구성과 전개를 가지고 있어서 가볍게 '어벤져스'를 복기하기에는 썩 나쁘진 않으며, 학습지로써 초점을 맞춘다면, 적절한 표현과 문장들에 영리하고 실용적인 번역으로 영어 독해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책입니다.

 영화 '어벤져스'의 감동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다시금 '어벤져스'를 추억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에는 충분한.
 그리고 '어벤져스'의 팬이라면 기억을 저절로 되살려주는 익숙한 내용에 글자는 물론, 자동으로 떠오르는 그 때의 그 장면, 그 때의 그 소음, 그 때의 그 음악이 원서 읽기에 더욱 흥미를 돋워주는 국내 유일한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 원서의 그 첫번째 작품인 '어벤져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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