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트레비: 소원의 분수 톺아보기

■ 디자이너 : 신승원 a.k.a 세하  학교 선생님이시면서 꾸준히 보드게임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 부산의 인디 디자이너 . ■ 퍼블리셔 : DUNZIGO  3D 프린터를 이용한 보드게임 컴포넌트로 알...



■ 디자이너: 신승원 a.k.a 세하
 학교 선생님이시면서 꾸준히 보드게임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 부산의 인디 디자이너.

■ 퍼블리셔: DUNZIGO
 3D 프린터를 이용한 보드게임 컴포넌트로 알려져 있지만, 부산 인디 보드게임 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입니다.

 저는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숫자 게임을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트릭 테이킹 류의 게임을 좋아하고(그러면서 마이티나 티츄는 극혐한다고 한다), 라이너 크니치아 아저씨의 제로도 좋아하고 루미큐브도 좋아하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수학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의외로 저는 수학적 재능이 있었을 지도요. 응, 그럴 리 없어.

 이번에 톺아볼 부산의 인디 보드게임 작가 3대장 중 맏형 포지션을 맡고 계신 신승원 선생님의 트레비입니다.
 무려 이노 펀딩으로 진행을 했던 게임입니다.

 이노 펀딩이 아니라 텀블벅에서 진행하셨다면 구매했을 텐데, 이노 펀딩을 잘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참여를 놓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네, 트레비는 그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잘 기억 안 나는, 있는 지도 모르는 그 정도 포지션의 게임일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일본 게임마켓에 매년 참가를 하시면서 오히려 국내보다 일본에는 그나마 더 알려져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봤자 조족지혈이겠지만
 저 스스로도 트레비의 게임마켓 진출을 위해 일본어 규칙서 번역에 도움을 드리기도 했고요.

 아무튼 저는 이 게임을 매우 좋아합니다.
 의외로 장고 유발 게임이기도 하고, 콤보 만들어서 카드를 내리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거든요. 같이 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문제지만.



 트레비에서는 덧셈 뺄셈 등을 통해 라운드 카드의 숫자 조건을 맞추어 카드를 내려놓는데 성공하면 방금 내려놓은 카드의 장수만큼 행운 토큰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한정된 행운 토큰을 게임이 끝났을 때 가장 많이 모으는 것이 플레이어들의 목표입니다.



 겉박스 아트입니다.
 수채화 느낌에 아직 미완성 스케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실제 카드 디자인이나 다른 부분에서도 약간 미완성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지만 아무튼.


 예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인데, 무려 KC인증까지 받은 게임이었습니다.
 KC인증, 이거 정말 굉장한 거에요!


 저는 극한의 플텍충. 프로텍터를 씌운 이상 박스 보관이 어려워서 럭키식스님의 덱 박스(大)에 카드를 따로 보관 중입니다.

 아무튼 전체 구성물은 이렇습니다.
 카드, 행운 토큰(빨간색은 5의 가치, 투명한 것은 1의 가치), 규칙서로 이뤄져 있습니다.

 심플하쥬?

 아쉽게도 저는 분수대 마커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7,700원을 주고 따로 구매를 하자니... 배송비도 포함하면...(물론 실제 분수대 컴포넌트를 봤는데, 퀄리티는 정말 극상입니다. 던지고의 진대표님께서 직접 한땀한땀 깎...는 건 아니고 3D 프린팅 후에 일일이 다 다듬으시더라고요. 가격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아무튼.)


 라운드 카드입니다.
 왼쪽 아래의 붉은 숫자가 플레이어들이 만들어야 하는 숫자입니다.
 오른쪽의 파란 숫자가 이 라운드 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운 토큰의 총 개수가 되는 것이고요.

 디자인은 뭐 심플합니다.


 행운을 불러온다는 콘셉트에 맞게, 트레비의 시작 숫자는 7로 고정입니다.
 게임에서 쓰이는 색은 위와 같이 파랑, 주황, 보라, 노랑 등 4가지 색이고요.


 스타팅 카드인 7은 다른 분수대 카드와 다른 뒷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수대 카드는 대충 이런 구성입니다.
 1부터 6까지의 숫자가 있고 사이 사이에 마이너스 숫자도 끼어있는데, 숫자 별로 그림 각도가 살짝 달라서 파노라마 같은 느낌을 줬다면 장관이었을텐데, 그림은 각 색깔 별로 마이너스 숫자와 일반 숫자 각 2가지 버전의 그림이 끝이네요.


 숫자 7 카드 4장을 바닥에 깔아 놓습니다.
 라운드 카드를 잘 섞은 후, 그 중 5장만 뽑아서 더미를 만들고 나머지 카드는 전부 상자로 되돌립니다.
 5장으로 이뤄진 라운드 카드 더미에서 1장을 뒤집어 앞면을 공개한 후, 오른쪽 파란색 숫자만큼 행운 토큰을 카드 위에 올려 놓습니다.

 분수대 카드를 잘 섞은 후, 각 플레이어에게 7장씩 나눠 줍니다.

 적당한 방법으로 시작 플레이어를 결정하도록 합니다.


 준비가 끝나면 위 사진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플레이어는 2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카드를 내려놓거나, 카드를 보충하거나.

 카드를 내려 놓을 수 있는 조건은 첫째로 현재 중앙에 깔려 있는 카드와 같은 숫자, 혹은 같은 색깔입니다. 같은 숫자의 조건에서 조금 특이한 게 있는데, 절대값이 일치하면 됩니다.
 즉, 숫자 1과 -1은 같은 숫자로 봅니다. 2와 -2도 같은 숫자로 본다는 뜻이고요, 3과 -3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번째 조건은 바닥에 깔려있는 카드 숫자와 내가 내려놓은 숫자들의 합이 라운드 카드의 왼쪽 빨간 숫자와 일치할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으로 설명하면,


  시작 패로 2, 4(이상 파랑), -3, -2(이상 빨강), 1, 3(이상 노랑), 2(보라)가 들어왔습니다.


 우선 노랑 7 카드 위에 같은 색깔 조건을 맞추어 노랑 3을 내립니다. 현재 합은 10입니다.


 이어서 노랑 3 위에 같은 숫자 조건(절대값)을 맞추어 빨강 -3을 내립니다. 현재 합은 7입니다.


 이어서 빨강 -3 위에 같은 색깔 조건을 맞추어 빨강 -2를 내립니다. 현재 합은 5입니다.


 이어서 빨강 -2 위에 같은 숫자 조건(절대값)을 맞추어 파랑 2를 내립니다. 현재 합은 7입니다.

 더 이상 목표 숫자인 7을 만들 수 있는 손패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멈춥니다.


 파랑 2가 새로운 바닥 카드가 되고, 방금 내려놓은 카드가 4장이기 때문에 라운드 카드 위에서 4개의 행운 토큰을 가져옵니다.
 단, 만약 라운드 카드 위에 행운 토큰이 내가 방금 내려놓은 카드 장수보다 적게 남아있을 경우, 라운드 카드 위에 남아있는 토큰만큼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라운드 카드 위에 행운 토큰이 많이 남았을 때 콤보를 터트리는 게 좋겠죠?
 카드를 내리는 행동은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행동을 마친 후, 라운드 카드 위에 행운 토큰이 다 떨어졌다면, 새로운 라운드 카드를 공개하고 오른쪽 숫자에 맞춰 행운 토큰을 세팅합니다.

 카드를 보충하는 행동은 분수대 더미에서 2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단, 현재 손패가 7장 이상이라면, 분수대 더미에서 2장을 가져올 순 있지만, 내 손에 카드 7장이 될 때까지 7장을 초과하는 분량을 버려야 합니다.
 버려진 분수대 카드는 다시 게임에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마지막 5장째의 라운드 카드 위에 놓인 행운 토큰까지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납니다.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서, 내 손에 남아있는 카드 장수만큼 내가 얻은 행운 토큰을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버리고 남아있는 행운 토큰이 나의 최종 점수가 됩니다. 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의 승리입니다.


1. 쉽고 직관적인 규칙
 트레비를 아이들이 하는 모습도 옆에서 많이 봤는데, 곧잘 하더군요.
 절대값 개념을 알아야 하는 만큼, 설명할 때 약간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 그 개념만 알고 있다면 게임은 매우 쉽습니다.

 카드 디자인도 눈에 잘 들어오게 되어 있어서 보기도 쉽고요.

2. 의외의 깊이
 게임이 쉽다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는데, 게임이 진행되면 막상 상당히 머리를 쓰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맛이 좋습니다.
 실컷 생각해놨는데, 내가 이용하려던 바닥 카드를 다른 플레이어가 이용해 카드를 내려서 새로운 숫자가 깔아버리면 계획이 틀어지는 것도 재미의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1. 이거 카드 맞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카드 재질과 완전히 다른 형태라서 상당히 놀라게 됩니다.
 마치 조종완 작가님의 그 도톰한 카드 재질을 떠올리는 그런...

 뭐, 카드 재질이나 제작 비화에 대한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들었는데, 규칙서라던가 전체적인 게임의 외형 디자인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2. 콤보 만드는 느낌이 확 죽어버리는 진행
 콤보를 많이 만드는 사람이 추가 점수를 받는 추가 규칙이 있긴 하지만, 라운드 별로 행운 토큰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여럿이 진행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찔끔찔끔 행운 토큰을 줄여버리면, 대박 콤보를 만들더라도 가져갈 수 있는 행운 토큰은 라운드 카드 위에 남아있는 토큰 뿐이기 때문에 허망함이 있습니다.

 물론 이 콤보를 터트리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여러 명이 하게 되면 내가 생각하는 타이밍이 안 나오기도 하고 의외의 인터렉션으로 인해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기회도 적어지는 셈이니 결국 운빨에 그치고 만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인 플레이에 최적화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미큐브 - 갓겜 반열에 오른 명불허전 명작.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캣 챠머 - 아직 정식 발매되지 않은 아마추어 게임인데, 트레비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물론 상품성 면에서는 캣 챠머가 좀 더 높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재미나 직관성, 완성도는 트레비가 더 나은 편입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현장에서의 반응도 꽤 좋은 게임이고 실제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주변에서는 트레비를 좋아하는 분들을 찾기가 힘드네요. 이제 보드게임을 하지 않으니 딱히 주변이라고 할 분들도 안 계시지만

 제로도 제가 참 좋아하는 게임인데, 이 게임 역시 좋아하는 분들을 찾기가 힘들고요.

 트레비가 보여주는 겉모습이 뭔가 그렇게 끌리는 외형을 가지고 있지 않기는 하지만, 국내 인디급 게임 중에서는 상당히 완성도 높은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이 2인 플레이에 최적화되어있다는 것을 진대표님도 아셨는지, 완전히 2인을 위한 트레비: 듀얼이라는 2인을 위한 미니 확장 덱도 추가로 제작되어 최근에 펀딩을 진행한 적이 있지요. 겨우 간당간당하게 펀딩 성공 ㅠ

 다음 번에 시간이 날 때는, 이 트레비: 듀얼을 톺아볼 텐데...

 아무튼 이대로 묻히기 아쉬운 국내 작가 게임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트레비였습니다. 제 취향이 좀 마이너한 것 같아서 구매하시라고까지는 말씀 드리지 않지만, 꾸준히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고 계시니, 행사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꼭 플레이해보세요.

*국내 활동으로는 딱히 이렇다할 행보를 보여주고 계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산 지역에서 꾸준히 아마추어 게임 작가 분들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시고 꾸준히 해외 활동도 이어가고 계신컴포넌트 가격이 어마무시하지만 던지고(DUNZIGO), 보드랑 등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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