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레전더리 포레스트 톺아보기

■ 디자이너 : 사토 토시키(佐藤敏樹) ├ 일본의 보드게임 작가로 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  대표작 : Dice Age: The Hunt, Tunnels & Tricks 등 ...



■ 디자이너: 사토 토시키(佐藤敏樹)
├ 일본의 보드게임 작가로 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 대표작: Dice Age: The Hunt, Tunnels & Tricks 등

■ 일러스트: Biboun
├ 프랑스의 Iello와 한 작품이 두드러진 편이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 참여작: Dice Forge, 영웅을 빌려줘, 이블 교수의 타임 시타델, High Risk 등 다수.

 서울 보드게임 페스타가 열린지도 벌써 한달 이상이 지났네요.

 페스타 방문 전, 행복한 바오밥의 신작 라인 업에서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게임이 바로 레전더리 포레스트였습니다. 네, 저는 사실 이쁜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에요. 정작 페스타 때 레전더리 포레스트를 체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 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 레전더리 포레스트 존재 자체를 잊어먹고 있었네요. ㅎ

 그래서 체험 테이블이 있는 게 어찌나 반갑던지. 아무튼 관심이 있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강하게 어필하여 레전더리 포레스트를 시연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겉모습도 그렇고 게임 시스템도 그렇고 제가 아는 게임과 너무나도 닮은 것이었습니다.



 위 사진이 레전더리 포레스트의 모습이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위 사진이 제가 알던 그 게임 "8비트 목업(8bit MockUp)"입니다.

 그래서 레전더리 포레스트를 설명해 주시는 것에는 집중 안 하고 괜히 레전더리 포레스트 설명서를 뒤적거리면서 작가 이름을 찾았지요. 규칙 설명 제대로 안 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타난 이름 Toshiki Sato.
 '일본인 이름인데?' 그럼 설마... 하고 또다시 급하게 8비트 목업을 검색하니 8비트 목업의 작가 역시 Toshiki Sato, 즉 사토 토시키였던 것입니다.

 8비트 목업은 2017 일본 게임마켓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인정을 받은 게임!

 설명해 주셨던 분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더라고요.

 아무튼 안 그래도 겉모습만으로 이미 호감이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는 더욱 호감도가 올라 즐겨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만족스러운 시연을 마치고 가격을 물었지요. 대답을 듣고 꽤 놀랐습니다.

 8비트 목업은, 물론 일본 보드게임 가격이 워낙 비싸긴 하지만, 일본에서 구매하려면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4만원은 줘야 살 수 있으며, 지금 와서는 사고 싶다고 쉽게 살 수 있는 게임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8비트 목업을 더욱 아름답게 리터칭한 레전더리 포레스트는 현장 판매가격이 2만원도 안 되었던 것이에요.

 아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지만, 저는 이날 사실 상당한 양의 보드게임을 샀기 때문에(일본 게임마켓에서처럼은 아니지만) 약간 고민하다가 다음에 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흘러, 드디어 정식 선주문 발매 소식! 게다가 제가 현장에서 들었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왔으니(심지어 무료 배송!) 안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실물을 수령하고 이렇게 톺아볼 수 있게 되었네요.


 플레이어들은 전설의 숲(Legendary Forests)에 사는 요정이 되어 각자의 정원을 만들어 갑니다. 한 가지 색으로 정원을 넓게 만들면 만들수록 마법의 돌도 많이 모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마법의 돌이 점수가 됩니다. 단, 나무(나무 토큰)를 심어져 있는 정원에 완성된 마법의 돌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점수가 될 수 있는 마법의 돌을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겉박스 아트입니다.

 흡사 어린 왕자와도 같은 느낌의 나무 행성! 드래곤 볼에서 봤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지금 보니 게임에서 쓰이는 4가지 색깔(빨강, 분홍, 노랑, 초록 등 마법의 돌은 제외)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게임의 시스템까지 암시하고 있네요.

 나무 토큰은 그 색깔과 일치하는 곳에만 놓을 수 있는데, 잘 보면 각 나무들이 바닥 색깔과 일치하는 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굉장히 섬세한 디테일이네요.



 밑박스는 이렇습니다.

 간단한 규칙을 가진 게임이라, 뒷면에 나온 설명만 봐도 어떤 게임인지 아시겠죠?




 박스와 딱 맞는 설명서가 많은데 이렇게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여유가 있을 정도의 설명서 크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타일 배치 게임이니 구성물은 별거 없습니다.

 5인까지 가능한 게임이니, 5가지 색깔의 타일 세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점수 획득에 중요한 나무 토큰(카르카손과 비교하면 미플 역할)도 3가지 색깔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밑상자 본연의 무채색을 가리기 위해 덧대어진 속받침입니다.

 쓸데없이 디테일하네요. ㅎ


 
 먼저 배치할 수 있는 타일입니다.

 위 사진은 모두 뒷면인 것으로 ①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가장 처음 놓이게 되는 시작 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작 타일을 제외하고는 정령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개수는 각 세트당 1부터 25까지, 색깔마다 25개의 타일 세트로 이뤄져 있습니다.


 
 뒤집으면 이런 식.


 
 모두 앞면으로 뒤집으면 이런 느낌입니다.
 심플하죠?


 
 검붉은 색 동그라미 안의 숫자와 하얀 색 동그라미 안의 숫자를 가진 타일로 나뉩니다.

 이것은 나무 토큰의 획득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하얀 색 동그라미 안의 숫자를 가진 타일을 뽑게 되면 해당 타일을 배치한 후 우선 순위 플레이어부터 나무 토큰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5인 기준 게임에서 딱 나무 토큰이 필요한 만큼(각 색깔별로 10개씩) 있네요.

 페스타 현장에서 이미 느꼈지만 컴포넌트 퀄리티가 너무 디테일하고 좋아서 흠칫 놀랐습니다. 솔직히 너무 과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급집니다.

 나무 토큰을 먼저 가져갈 수 있는 우선 순위를 나타내는 초록 토큰은 디자인이 약간 미뇨한 것 같지만, 어쨌든 게임의 일러스트 분위기와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니까요.

 요정과 날개를 표현한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당히 섬세한 공법으로 제작된 것은 확실합니다.



 타일을 뒷면의 색깔에 맞춰 나누고 각 플레이어가 한 가지 색을 나눠 가집니다.

 뒷면에 ①이 적혀 있는 타일은 시작 타일로 각자 자기 앞에 앞면으로 놓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진행자 겸 참가자가 됩니다.
 진행자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공유할 타일을 무작위로 뽑는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를 말합니다.



 진행자 플레이어는 자신이 담당한 타일을 뒷면이 보이도록 잘 섞은 후, 무작위로 5개를 제거합니다. 이렇게 제거된 5개의 타일은 이번 게임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진행자 플레이어는 우선권 토큰을 가져 옵니다.

 진행자를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타일을 앞면이 보이도록 하여 숫자를 찾기 쉽도록 정리합니다.

 나무 토큰을 각 색깔별로 현재 플레이어 수의 2배만큼 테이블 중앙에 깔아 놓습니다.

 이것으로 준비가 모두 끝납니다.


 이 게임에서는 특별히 차례가 돌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진행자의 주도 아래 게임이 진행되는 형태입니다.

 그래도 차례라고 할만한 것은, 나무 토큰을 배치할 때 우선권 토큰이 시계방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나무 토큰을 가져가는 차례에만 변경 사항이 생깁니다.

 아무튼 라운드는 다음과 같이 이뤄집니다.

 1. 타일 뽑기
 2. 같은 타일 찾기
 3. 타일 배치
 (4. 나무 토큰 배치) ← 뽑은 타일에 따라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단계

 먼저 라운드가 시작하면 진행자가 자신의 더미(뒷면)에서 타일 하나를 뒤집습니다. (1. 타일 뽑기)



 그 결과 ②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를 참고하여 다른 플레이어들도 ② 타일을 찾습니다. (2. 같은 타일 찾기)

 타일을 찾았다면 각자 원하는 위치에 타일을 배치합니다. (3. 타일 배치)

 타일은 적어도 한 면이 서로 닿을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또한 타일끼리 닿는 면이 반드시 같은 색깔이어야 합니다. 타일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두 타일이 연결되면 각 면의 중앙에 인쇄된 마법의 돌이 완성되면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 하나 만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 뽑은 것이 하얀 색 동그라미 배경을 가졌기 때문에 우선권 토큰을 가진 플레이어부터 나무 토큰을 하나씩 가져가 자신의 타일 위에 배치합니다. (4. 나무 토큰 배치)

 나무 토큰은 원하는 색깔을 가져올 수 있으며, 반드시 토큰과 같은 색깔의 타일 영역에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색깔의 나무 토큰이 테이블 중앙에서 다 떨어진 경우에는 해당 색깔의 나무 토큰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뽑은 것이 하얀 색 동그라미 배경을 가졌기 때문에 우선권 토큰을 가진 플레이어부터 나무 토큰을 하나씩 가져가 자신의 타일 위에 배치합니다. (4. 나무 토큰 배치)

 모든 플레이어가 타일 및 나무 토큰을 배치했다면 한 라운드가 끝납니다.
 (나무 토큰을 배치한 경우에는 우선권 토큰을 왼쪽 플레이어에게 넘기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후, 진행자가 새로운 타일을 뽑는 것으로 1~4를 반복합니다.


 진행자가 뽑은 마지막 타일을 모든 플레이어가 배치하고 나면 게임이 끝납니다.
 즉, 진행자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에게 5개의 타일이 남아있게 됩니다.

 이제 각자 자기 타일 위에 나무 토큰이 올려진 영역을 확인합니다.

 타일 영역이 완전하게 닫혀서 영역 내 모든 마법의 돌이 완성된 모양을 갖추고 있는 영역을 닫힌 영역이라고 부르고, 완전히 닫히지 못 하여 반쪽짜리 마법의 돌이 있는 영역을 열린 영역이라고 합니다.

 나무 토큰이 올려진 닫힌 영역의 완성된 마법의 돌은 개당 2점.
 나무 토큰이 올려진 열린 영역의 완성된 마법의 돌은 개당 1점.

 닫힌 영역이라도 나무 토큰이 올려져 있지 않다면, 그 영역은 점수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열린 영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진의 경우,

 빨강 영역이 "상단 닫힌 영역 2점 + 중앙 왼쪽 닫힌 영역 12점 + 중앙 오른쪽 열린 영역 0점"으로 총 14점.
 노랑 영역이 "상단 열린 영역 7점".
 분홍 영역이 "하단 왼쪽 열린 영역 3점 + 하단 오른쪽 열린 영역 2점"으로 총 5점.

 다 합쳐셔 26점입니다.

 아무튼 가장 점수가 놓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동률일 경우, 모두가 승리한 것으로 합니다. 


1.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춘 게임
 이 게임을 즐기기 전에 8비트 목업에 대한 평가로 '심심하다'라는 평가를 이미 본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왜 2017년 게임 마켓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뽑혔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규칙으로 설명도 간단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무작위로 5개의 타일이 빠짐으로써 게임이 끝날 때까지 어떤 타일이 빠졌는지 알 수가 없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의 긴장감을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점.

 바로 이 두 가지를 만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 자체는 매우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작가가 만약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타일 배치 게임의 입문작을 만들고 싶었다면, 이보다 더 입문작에 어울리는 게임은 없습니다.

 사실, 명작으로 꼽히는 카르카손의 하위 버전이긴 한데, 저는 아직도 카르카손의 점수 계산법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르카손이 정말 입문용 게임으로 적절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은근 설명해야할 것도 많고요. 여기에 확장까지 더한다면...

2. 컴포넌트 퀄리티
 위에도 언급했지만, 게임이 가진 깊이나 재미에 비해서 컴포넌트가 너무 뛰어납니다.

 특히 나무 토큰을 보고 '이건 게임이 망겜이라도 장식용으로 써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3. 가격
 이런 퀄리티를 가졌음에도 가격이 무척이나 싼 편입니다. 2만원 내외이니까요.
 웬만한 카드 게임과 비슷한 가격이라는 걸 봤을 때도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번거로운 준비
 진행자가 아닌 플레이어가 타일을 뒤집어 앞면으로 정렬하는 것이 아주 약간 귀찮습니다.

2. 결국 혼자 노는 게임
 플레이어간 상호 견제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 토큰을 가져가는 단계에서 일부러 상대방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필요 없지만 상대방에게는 꼭 필요해 보이는 나무 토큰을 먼저 가져가 버릴 수 있는 요소가 있죠.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게임 초기에 무작위로 제거된 5개의 타일이 리플레이성과 게임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긴 하지만, 각자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누가 가장 잘 배치하는가'를 겨루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기 계획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요? 마치 제가 기즈모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카르카손 - 점수 획득 등의 시스템적 유사함을 봤을 때 당연히 이 게임의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레전더리 포레스트는 한마디로 "타일 배치 게임의 입문작으로 손 꼽히는 카르카손으로의 입문작"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쉽기 때문에 보드게임 좀 한다 하시는 분들께는 심심할 수 밖에 없네요.

 하지만 레전더리 포레스트를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게임답긴 하다라는 것을 부정하실 순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8비트 목업의 고전 레트로 감성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지금의 디자인이 좀더 시장적인 측면에서 대중적이고 두루두루 잘 먹힐 것이라 생각합니다.

 워낙 이쁘게 잘 나와서, 여심을 자극하기도 좋고요.

 카페에서 꺼내서 하기에도 남의 시선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이쁘고, 게임이 끝난 후에는 사진을 찍어 인별그램에 올려 인싸질을 해도 손색이 없는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할 쉬운 보드게임을 찾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할 게임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을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고자 하는 아마추어 작가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왜 이 게임이 일본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뽑혔는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임이 성립하기 위한 기본 요소라던가 기본 구성만큼은 교과서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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