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판타지 왕국 톺아보기

■ 디자이너 : Bruce Glassco └ 대표작: Mystery! Motive for Murder(2015) ■ 제작사 : Wizkids ├ 코믹스, 영화 관련 상품 판권을 소유한 NECA 의 자회사. └ 대표...


■ 디자이너: Bruce Glassco
└ 대표작: Mystery! Motive for Murder(2015)
■ 제작사: Wizkids
├ 코믹스, 영화 관련 상품 판권을 소유한 NECA의 자회사.
└ 대표작: 메이지 나이트(Mage Knight), DICE MASTERS 시리즈, HeroClix 시리즈
대한국어화 홍수의 시대에 지갑이 살찔 날이 없는 것이 요즘 한국 보드게이머들의 사정인 것 같습니다. 한국어화된 보드게임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언어요소가 필요없어서 규칙서만 한국어로 번역하면 되거나, 언어요소가 있음에도 규칙서만 번역하여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러한 게임들이 난입하는 와중에 너무나도 적절하게, 적절한 난이도와 가격,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구성을 보여주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판타지 왕국도 그런 보석같은 게임 중의 하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게임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타지 왕국에서 플레이어들은 머나먼 곳 신비의 땅을 통치하는 군주가 됩니다.
주어진 시간과 기회 안에 다른 누구보다 더 최선의 카드 7장의 조합을 완성시켜 가장 많은 득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록 시작점도 다르고 행운이 따라줘야겠습니다만, 적어도 주어진 시간과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군주에 걸맞는 결단력을 발휘하여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위대한 왕국을 세우세요.

일단 박스 앞면을 보기 전에 프로모(광대)는 이렇게 뒷면에 붙어서 제공이 되네요.


난폭하게 비닐을 벗긴 뒤, 프로모 카드와 판타지 왕국이 분리된 모습입니다.
카드는 65*90 사이즈.

판타지 왕국에 쓰인 일러스트는 서양 만화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위즈키즈는 마블, DC 등 코믹스 관련 보드게임도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양 만화적인 감성이 다른 게임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불호이긴 한데, 요즘은 이런 그림체도 뭔가 정감있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재가 다 되었나봐요.


상자를 열어보면 규칙서와 점수 계산지가 나오네요.


규칙서와 점수 계산지를 꺼내면 그 안에 카드가 쏙.
규칙서, 점수 계산지, 카드로만 이뤄진 단촐한 구성.


카드를 까고 나서 쭉 늘어놓으면 이렇게 나뉠 수 있습니다.
카드는 기본 세트 53장에 광대 프로모 카드 포함 총 54장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무작위로 7장의 카드를 나누어 받은 상태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2인용 변형 규칙 적용시, 손에 카드를 들지 않고 시작합니다)

나머지 카드들은 플레이어 누구나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는 테이블 중앙에 뒷면이 위로 가도록 하여 뽑기 더미를 만듭니다.
일단, 다음 두 가지 행동 중에 하나를 해야만 합니다.
1. 뽑기 더미 맨 위의 카드 한 장을 뽑아서 손으로 가져옵니다.
 (2인용 변형 규칙 적용시, 뽑기 더미 맨 위에서 두 장의 카드를 뽑아 한 장은 가져오고 한 장은 테이블 중앙에 앞면이 보이도록 버립니다)
2. 테이블 위에 공개된 버려진 카드 중 한 장을 손으로 가져옵니다.
즉, 선 플레이어는 무조건 1번 행동을 할 수 밖에 없겠죠?
1 혹은 2번 행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의 손에는 8장의 카드가 쥐어집니다. 이 카드들을 잘 살펴보고 한 장을 골라서 테이블 위에 앞면이 보이게 버립니다.
※ 버려지는 카드는 겹쳐놓지 않고 카드 장수가 보이도록 늘어놓도록 합니다.
이제 플레이어의 손에는 다시 7장의 카드만 남게 되고 차례는 다음 사람에게로 넘어갑니다.
테이블 위에 총 10장의 카드가 버려지게 되면 그 즉시 게임이 끝납니다.
 (2인용 변형 규칙 적용시, 12장)
각 플레이어는 손에 있는 카드들의 점수를 계산합니다.
자신이 가진 카드의 기본 힘 + 보너스 + 페널티 등을 모두 합산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동점일 때는 카드들의 기본 힘의 총합이 가장 작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 점수 계산의 예
2인 테스트 플레이로 나온 결과 중 하나입니다.


A(상단)는 (물, 14), 강령술사(마법사, 3), 대기의 정령(날씨, 4), 질서의 보석(유물, 5), 동굴(땅, 6), (땅, 7), 폭풍우(날씨, 8)로 게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은 물이나 불 중 1장의 페널티를 제거합니다. (14)
강령술사는 게임 종료 후 버려진 군대, 지도자, 마법사, 야수 중 1장을 가져와서 8번째 카드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버려진 카드 중에서 히드라(야수, 12)를 가져옵니다. (14+3=17)
히드라는 늪이 있으면 +28점을 얻습니다만 늪이 없으므로 넘어갑니다. (17+12=29)
대기의 정령은 다른 날씨 1장당 +15점을 얻습니다. 폭풍우가 있으므로 +15점을 얻습니다. (29+4+15=48)
질서의 보석은 카드들 중 기본 힘이 연속된 숫자로 3장이면 +10점, 4장이면 +30점, 5장이면 +60점, 6장이면 +100점, 7장이면 +150점을 얻습니다. 기본 힘이 연속되는 카드 장수가 6장(강령술사, 대기의 정령, 질서의 보석, 동굴, 숲, 폭풍우)이므로 +100점을 얻습니다. (48+5+100=153)
동굴은 드워프 보병대, 용 중 하나라도 있으면 +25점을 얻으며, 모든 날씨의 페널티를 제거합니다. 드워프 보병대나 용이 없으므로 추가 점수는 없으나 폭풍우에 있던 모든 불(번개 예외) 무효 페널티를 제거합니다. (153+6=159)
은 야수 1장당 +12점, 엘프 궁수대가 있으면 +12점을 얻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야수 카드나 엘프 궁수대가 없었지만 강령술사에 의해 추가된 히드라가 야수 카드이므로 +12점을 얻습니다. (159+7+12=178)
폭풍우는 물 1장당 +10점을 얻는 보너스와, 모든 불(번개 예외)을 무효시키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섬이 있으므로 +10점을 얻고, 페널티는 동굴에 의해 제거되었습니다. (178+8+10=196)

그리하여 A는 196점으로 마무리합니다.

B(하단)는 케드의 검(무기, 7), 마법 지팡이(무기, 1), 양초(불,2), 공주(지도자, 2), 유니콘(야수, 9), 경기병대(군대), 변신 능력자(불명, 0)로 게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케드의 검은 지도자가 하나라도 있으면 +10점, 지도자가 하나라도 있고 케드의 방패가 있으면 +40점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지도자로 공주가 하나 있기 때문에 +10점 받습니다. (7+10=17)
마법 지팡이는 마법사가 하나라도 있으면 +25점을 얻습니다만 마법사가 없으므로 넘어갑니다. (17+1=18)
양초는 변화의 책과 종탑이 모두 있고 마법사가 하나라도 있으면 +100점을 얻습니다만 조건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넘어갑니다. (18+2=20)
공주는 군대, 마법사, 다른 지도자 1장당 +8점을 얻습니다. 경기병대가 있기 때문에 +8점 받습니다. (20+2+8=30)
유니콘은 공주가 있으면 +30점, 황후, 여왕, 여마도사 중 하나라도 있으면 +15점인데 공주가 있으므로 +30점 받습니다. (30+9+30=69)
경기병대는 땅 1장당 -2점의 페널티가 있습니다만 땅이 없으므로 넘어갑니다. (69+17=86)
변신 능력자는 게임 전체의 유물, 지도자, 마법사, 무기, 야수 중 1장의 이름과 종류를 복사(변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너스, 페널티, 기본 힘은 복사할 수 없으므로 0점 카드인 것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B는 변신 능력자를 케드의 검, 지도자와의 보너스 포인트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케드의 방패로 변환하여 적용한다고 선언합니다. 이로 인하여 케드의 검에서 얻었던 +10점이 +40점으로 변경되어 적용됩니다. (86-10+40= 116)

그리하여 B는 116점으로 마무리합니다.

아래는 위 상황을 그대로, 위즈키즈에서 공식으로 제공하는 위즈키즈 공식 어플에 탑재된 판타지 왕국 점수 계산기를 사용한 예입니다.
■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면?
서로 각자가 완성한 7장의 카드 세트를 이용하여 자신이 만든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은 A가 완성한 7장(강령술사의 능력으로 가져온 카드까지 합치면 8장)으로 만들어 본 왕국 이야기입니다.

대기의 정령의 심술인지, 폭풍우가 끊이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인 외딴 섬.

지금처럼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 그 섬을 다녀왔다던 어부의 증언에 의하면, 그 섬은 기괴하게 생긴 나무들로 가득한 숲이 우거져 있다고 한다. 그 숲을 헤매던 중 발견한 어느 동굴 근처에 다다랐을 때, 기분 나쁜 웃음 소리와 함께 어딘가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코 끝을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스며나왔다고.

그 동굴이다. 왕가에서 대대로 지켜오던 '질서의 보석'을 훔쳐, 이 대륙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모습을 감춰버렸다는 강령술사의 은신처.
코 끝을 찔렀다던 매캐한 냄새의 정체는 강령술사가 부리고 있다는 히드라가 뿜어내는 독기임에 틀림이 없다.

1. 직관성의 끝판왕
 게임의 중심이 되는 규칙을 설명하는데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고 곧바로 게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카드에 적힌 문장을 참고하면 됩니다.
 선택지 역시 두 가지 밖에 없으니 어렵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2.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없는 난이도
 이 게임을 쉽다, 혹은 어렵다라고 구분 짓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 게임은 너무 쉽습니다. 수학적인 사고만 가능하다면 누구라도 바로 즐길 수 있어요.

3. 모자란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밸런스가 잡힌 카드 구성
 야수 조련사라던가 광대 등이 마법사로 구분되는 것은 다소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까 넘어갑니다.

 프로모까지 포함하여 54장의 카드는 분명 뭔가 아쉬운 카드 숫자인 것 같지만, 카드의 면모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 조화와 균형이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수작업으로 카드를 추가하여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어설프게 카드를 추가했다가는 전체적인 게임의 균형이 무너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프로모인 광대를 포함한 모든 카드가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1. 까다로운 점수 계산
 하나 하나 점수를 계산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 점수 계산이 까다롭다는 점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시간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 그리고 저처럼 복잡한 계산을 싫어하는 분들은 위즈키즈에서 제공하는 공식 어플을 사용하거나 국내 유저가 번역해놓은 판타지 왕국 웹 점수 계산기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특히 카드 속성을 바꾸거나 내용을 바꾸는 불명 카드가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2.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없는 게임성
 냉정하게 말하면, 판타지 왕국은 게임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판타지 왕국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 재미가 게임적 요소에서 나오는 재미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서로 견제할 요소도 없고, 변형 규칙을 적용하더라도 강제로 상대의 카드를 바꾸거나 빼앗아올 수도 없으며, 오직 자기만의 게임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이 끝나버립니다.

 물론 차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버려진 카드 중 내가 원하던 카드를 먼저 가져가 버리는 등의 견제를 당할 수도 있지만, 자기 카드 계산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상대방의 카드가 무엇인지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까지 계산하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더더욱 예측이 힘들고요.

3. 과한 서양 갬숭(?)의 그림체
 판타지 왕국의 일러스트가 뿜어내는 색채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꺼리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저같은 사람이야 이런 서양 갬숭(?)에도 이제는 면역이 되어있기 때문에 즐겁게 즐길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리 정서라던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할만한 일러스트는 아니지요. 사실 저도 딱히 서양 갬숭(?)의 그림체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스피셔스(Suspicious) - 국내 아마추어 게임

 판타지 왕국은 현재 외국에서도 나름 꽤 큰 인기를 가지고 있는 카드 게임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판타지 왕국에 호감을 보이는 이유가, 요즘 흔하게 보여지고 있는 사회 현상 중 하나와도 크게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각종 기술 발달 및 기계의 발달로 생활의 편의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살림, 연애, 직업, 미래 등 복잡한 일상에 성취도 불확실한 행복을 위한 노력보다는, 그렇게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그렇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복잡하고 어렵게 고민해서 결정을 내리기보다 그저 '누군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그냥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겁니다.

 판타지 왕국을 하는 도중에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며, 그저 내 손에 쥐어진 카드의 지시대로, 카드에 나쁜 것이 있다면 그 나쁜 것을 버리면서, 원초적이고 단순하게 나 자신의 게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는 것도 팍팍한데, 복잡한 알고리즘, 메카니즘에 철저한 계산과 치밀한 두뇌싸움의 복잡한 보드게임보다는 가볍게 머리를 비우고 그저 카드에 적혀 있는대로, 그 문장에 맞춰서 눈 앞에서 최선으로 보여지는 선택만 해내가는 단순한 게임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게임에 졌다고 해서 그렇게 분하지도 않으며, 자신이 생각했던 7장의 조합을 얼추 달성했다면 그 소소한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완벽하게 원하던 조합으로 고득점을 달성하여 게임의 승리자가 되었다면?

 판타지 왕국은 복잡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잠깐이라도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머리를 비우며 쉴 수 있는, 마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 같은,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단비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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