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필 워커-하딩(Phil Walker-Harding)
└ 대표작: 초밥왕(Sushi Go!), 카카오, 임호텝 등
■ 일러스트: 알베르트 몽테이스(Albert Monteys)
└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의 만화 작가.
▲ 알베르트 몽테이스가 연재중인 Universe! / 출처: http://www.comicsbeat.com |
웰컴 백 투 더 던전에 호감을 느끼면서, 이러한 던전 테마의 게임에도 눈길이 가곤 했는데요. 언뜻 본 던전 레이더스의 카드 디자인을 보니, 지금은 흔히 볼 수 없지만 과거 RPG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네요. 또한 일러스트나 폰트 등이 복고적인 느낌을 잘 받혀주면서 더욱 진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플레이어들은 모험가가 되어 던전을 탐험하게 됩니다. 매번 새롭게 구성되는 던전의 내용은 마치 맨덤의 던전(웰컴 투 더 던전)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 위험한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어느 정도 힘을 합쳐야 하만 하지만, 결국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은 가장 많은 보물을 얻는 단 한 명입니다.
상단에는 던전을 탐험하는 탐험가들, 그리고 하단은 던전 안에서 탐험가들을 기다리고 있는 몬스터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대치하는 것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 던전 레이더스 초판 박스 아트 |
▲ 던전 레이더스 2판 박스 아트 |
내용물 구성은 카드와 토큰으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퀄리티는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감탄할만큼 좋은 것도 아닌 평범한 수준.
생각보다 카드가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4종류의 아이템 카드. 처음 카드만 보았을때는 카드 뒷면이 "파란 배경의 던전 레이더스"로 영향력 카드와 구분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구분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그래도 게임 세팅 시 구분해야 되기 때문에 따로 보관하는 쪽이 관리하는 것에는 더욱 유리합니다.
영향력 카드로써 1~5까지의 숫자가 있는 카드입니다.
다른 플레이어와 승부를 하는 카드이기 때문에 잘 운영해야 합니다.
5개의 방으로 이뤄진 한 층의 던전에서 1부터 5까지의 각 영향력 카드는 단 한 번 밖에 쓰지 못 하기 때문에(새로운 방 5개로 한 층의 던전이 만들어지면 다시 사용가능) 어떤 번호의 카드를 언제 소모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레벨 카드는 7장으로 구성됩니다. 초록색은 앞면으로 공개될 방, 빨간색은 뒷면인 상태로 있는 방을 뜻하는 것으로, 서로 각기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감탄사가 나오는 장치는 아니지만,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아주 영리한 카드 처리 및 던전 구성 방식입니다.
플레이어에게 무작위로 지급되는 캐릭터 카드 5장, 변형 규칙(기본 규칙이 동시에 영향력 카드를 공개하는 실시간 액션이라면, 변형 규칙은 지도를 가진 플레이어부터 순서대로 공개적으로 영향력 카드를 제출하는 방식)을 적용할 때 쓰이는 지도 카드 1장,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7장의 레벨 카드입니다.
캐릭터는 기사, 탐험가, 도둑, 전사, 마법사가 준비되어 있으며, 각 캐릭터는 초기 패 구성 및 자원이 다릅니다.
던전의 마지막에 공개될 보스 캐릭터들입니다. 총 10종의 보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그 능력은 각기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는 보스가 있다는 것이 색다르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던전 레이더스에서 보스 카드는 "초록색 배경의 던전 레이더스" 글자가 찍혀 있습니다.
던전 카드는 크게 위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물, 함정, 몬스터, 금고. 특히 금고는 약간 던전 안에서 원하는 무기 등을 골라서 구매하는 상점의 느낌이 나는 것이 꽤 괜찮았습니다.
던전 카드 뒷면은 비어있는 모습!
마치 1인칭으로 던전을 돌아다니다가 무언가와 조우하게 되어 없던 것이 갑자기 나타나던 옛날 RPG 게임을 생각나게 합니다.
▲ 1인칭 RPG의 대명사, 마이트 앤 매직 6 |
▲ 국내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니혼 팔콤 사의 1인칭 RPG, 다이너소어 리저렉션 |
뭔가 이런 느낌?
옛 1인칭 RPG 던전의 느낌을 참 잘 살려낸 듯 합니다.
게임 첫 세팅 모습입니다. 각자 영향력 세트 및 캐릭터 카드를 나눠갖고, 캐릭터 카드에 그려진 금화 및 피해토큰의 개수, 아이템이 있다면 아이템도.
던전 세팅에서 무작위, 비공개로 몇 장(방 카드 6장, 레벨 카드 2장 등)이 제외되는 것으로 리플레이성을 높이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약간 블러디 인(핏빛 여관)에서 공범 카드를 몇 장 제외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레벨은 총 5 레벨(5층)로 구성되며 또 각 레벨은 다시 5개의 방으로 구성됩니다.
레벨 카드 하나를 공개하고 레벨 카드 하단의 카드 배치 구조를 보고 방 카드에서 카드를 뽑아 레벨을 구성합니다.
레벨 구성까지 끝내면, 헷갈리지 않기 위해 방금 공개되었던 레벨 카드는 상자로 다시 되돌립니다.
이제 플레이어들끼리 영향력 카드로 승부를 갈라 각 카드의 처리를 해나가면 됩니다.
생각보다 카드가 직관적이라 헤매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게임을 처음 접한 상태에서 카드만 보았을 때는 이게 뭘 뜻하는 것인지 모를테니 반드시 규칙서를 한 번 훑어봐야 합니다.
이미 한번 훑어본 후에야, '아, 아이콘이 상당히 직관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구나' 하실 겁니다.
■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
1. 고전 1인칭 RPG의 감성
던전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며 적, 보물과 조우하는 고전 디지털 게임의 감성을 꽤나 오프라인에서 잘 살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후지지도 않은 알베르트 몽테이스의 삽화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직관적인 구성!
한 번의 규칙 숙지가 깔린 상황에서, 카드의 아이콘만 보고도 그 특수 능력이 파악되는 게임 디자인의 직관성이 우수합니다.
3. 영리한 리플레이성 확보술
던전 레이더스의 구성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이루어졌음에도 수학적으로, 확률적으로, 계산적으로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영리하게 리플레이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 던전을 꾸미는 데 필요한 카드는 25장. 각 종류별로 여분을 더 만들어두어 게임 시작 전 섞은 후, 게임에 꼭 필요한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분은 무작위로 제거함으로써, 매번 다른 식의 던전을 구성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수도 있는 방식일 수 있지만,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영리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4. 대놓고 견제 게임
각 플레이어의 자원(피해, 금화) 상황이 공개 정보라는 점, 그리고 가장 많은 피해를 가진 플레이어는 최종 점수 계산에서 제외되는 점 등은, 이 게임의 콘셉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줍니다.
■ 개인적으로 다소 우려되거나 아쉬웠던 점:
1. 다소 심심한 게임
2011년에 처음 세상에 보인 게임 치고는, 그 시대보다 더욱 올드한 감성이고 게임 자체가 심심합니다.
금고 카드가 나왔을 때, 영향력 카드를 제출하여 그 카드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수령하는, 마치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느낌의 플레이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게임이 주는 인상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인기가 있고 수요가 있기 때문에 3판까지 나왔을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3판까지 나올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변형 규칙까지 있긴 하지만, 획기적으로 게임 자체를 뒤바꾼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2. 생각보다 개성이나 특성이 잘 살지는 않는 캐릭터
각 플레이어에게 무작위로 주어지는 각 직업의 캐릭터는 왜 초기 자원 상황이 달라야 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밸런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사실 그렇게 크게 영향을 준다는 느낌은 받지 못 했습니다.
일부 아이템 카드는 영향력 5와 같은 등급을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 블러핑(속이기)도 가능하고, 승부의 반전을 주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크게 와닿는다거나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첫 출시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 신선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 좀 더 있기 때문에.
3. 번거로운 보관법
구분해야되는 카드도 많고 따로 보관해둬야 준비가 쉬운 부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관에 대한 편의성이 좋지 않습니다.
카드가 뒤섞여 있으면 은근 게임을 준비하기가 까다로운 게임이에요.
와글와글 던전(ダンゴー ダンジョン!;Dungeon Busters)
웰컴 백 투 더 던전과 같은 듯 다른 게임인 던전 레이더스를 즐겨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난장판 느낌의 게임을 좋아하긴 하는데, 어딘가 허전함이 있습니다.
반복해서 이 게임을 즐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알베르트 몽테이스의 일러스트가 가미된, 고전스러운 던전의 느낌을 주어서 더욱 몰입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 몰입감을 끝까지 유지하기에는 게임 자체의 임팩트가 약했습니다.
원래 볼륨이 작은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이 가진 볼륨보다도 그 재미의 정도가 작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의외로 와글와글 던전 쪽이 더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정작 웰컴 백 투 더 던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라 특별히 웰컴 백 투 더 던전과는 비교되지 않았습니다.
견제 요소가 강한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위에 언급한 다른 게임들보다도 단연 강력한 견제 게임입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견제가 가능해서, 어쩌면 당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너무 심하게 상처를 받을지도.
던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서양식 던전의 느낌을 잘 살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나마 옛 향수에 젖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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