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개가 가득한 산길 주변, 창 하나도 없는 낡은 서양식 저택.
유명한 호러 스팟을 이렇게 찾게 될 줄 몰랐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본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서양식 저택(일본에서는 양관이라는 표현을 씁니다)은 설정 상으로 호러 사이트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저택입니다. 본 게임에서의 방문자 플레이어가 되는 방문자들은 산길을 드라이브하다 길을 잃고 우연치 않게 이 저택을 발견하고, 이 집이 유명한 호러 스팟이라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 집에 발을 들여놓는 실수를 하게 되죠.
▲ 곤지암 정신병원 복도의 모습. (출처: 다음 블로그, 닉네임 철딱서늬님의 블로그) |
※필자 첨언: 곤지암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많은 욕을 먹고 폭망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류덕환 주연의 2016년 개봉작 "혼숨"이라는 영화도 함께 비교해서 보시면 괜찮을 겁니다.
본 작품은 에진가(江神号) 씨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그의 보드게임 작가로서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원래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었다는 에진가 씨여서인지 본 게임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스토리 텔링적인 요소가 한껏 담겨 있습니다. 대체로 게임 안에 등장하는 아이템 및 힘에는 각각 이 게임에 왜 해당 아이템이 있는지, 그에 대한 명분이 녹아나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방문자가 소지할 수 있는 아이템 중에는 스마트 폰이 있는데, 이 스마트 폰은 방문자들이 산길을 헤맬 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일행 중 하나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이 스마트 폰을 통하여 호러 사이트에 접속, 이 저택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스마트 폰은 상자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전자기기가 심령 사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외국 공포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출의 그것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뜬금없거나 억지스럽게 연결시켜 놓은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도 납득은 할 수 있을 정도이며, 이렇게라도 연결을 시켜 놓았다는 것에서 작가의 꼼꼼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택 곳곳에 남겨진 수기들입니다. 이 수기들에서 이 저택의 방문자가 있었던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각 수기에는 전 방문자들의 절망 섞인 메모가 함께 쓰여 있습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메모를 남길 여유가 있었나 싶지만, 여타 공포 게임에서도 그렇 듯 가볍게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름끼치도록 무섭지만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소녀…
자신의 진짜 이름은 잃어버린 채, 세상에 "상자녀"로만 알려져버린 그 소녀의 사연입니다.
▲ 유저가 만든 상자녀 프롤로그 음악 (음원 출처: Sight)
단란했던 4인 가족이었던 소녀의 가족.
이 서양식 저택에 이사를 오고 난 후, 남동생과 어머니는 사라지고…
아버지는 어딘가 이상해졌다.
감금된 소녀, 점점 이러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소녀의 이야기는 많은 것이 생략되고 축약되어 있지만, 잔혹하고 끔찍한 몇 가지 사실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우리 가족은 모두 4명이었다로 시작하는 소녀의 회상에서 보았을 때, 모든 일의 원흉은 이 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집으로 온 이후, 아버지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마치 이것은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의 그것과도 같습니다. 샤이닝에서 오버룩 호텔은 사악한 의지를 가진 하나의 생명체나 다름 없으며, 이 오버룩 호텔은 주인공 잭 토렌스를 미치게 만들죠.
하지만 상자녀에서는 이러한 집이 사악한 의지를 가진 오버룩 호텔과 같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맥거핀 같은 것으로, 위에 언급한 소녀의 회상 첫 줄 외에는 다시 언급되는 일이 없습니다.
▲ 영화 "샤이닝"의 외국 포스터 (출처: 씨네21) |
남동생과 어머니는 이 이상해져버린 상자녀의 아버지에 의해 살해 당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이상해진 아버지를 눈치 챈 어머니가 남동생만 데리고 집을 나갔기 때문에 아버지가 더욱 이 소녀가 집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 사육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와 남동생은 죽이고 소녀만 살린다는 것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외로운 소녀를 생각해 인형(이 인형이 방문자 승리조건에 큰 역할을 하는 메리 인형!)을 선물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살짝 으스스하긴 하지만 약간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밖에서 사냥을 하고 그것을 딸인 소녀에게 먹입니다. 소녀도 이를 맛있게 먹습니다.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사냥감, 먹잇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소녀 역시 이런 아버지의 말에, 그리고 자신이 먹는 음식에 아무런 의심도 갖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소녀는 스톡홀름 증후군 증상을 보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아버지와 소녀가 먹은 음식은 인육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소녀의 저택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고 이후, 이후 아버지는 이들에게 살해 당하는데, 이는 아버지가 주변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살해 행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로 특정할 수 있는 이유는, 아버지가 소녀에게 "친구들을 데리고 와주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의 저택 침입,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은 상자녀의 탄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데…
사람들이 저택에 처들어 왔을 때, 아버지는 당황한 나머지 소녀를 작은 상자 안에 억지로 쑤셔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녀는 온몸이 뒤틀리고 꺾여 다발성 골절(그리고 뼈가 밖으로 드러나는 개방성 골절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을 당합니다. 보통 이러한 손상이 일어나면 극심한 통증으로 쇼크사 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소녀는 이 상태로 숨을 거두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원령으로 화한 소녀가 상자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아버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령이 된, 어쩌면 원령이 되기 훨씬 이전, 그녀가 살아있을 때부터도, 소녀는 정상이 아니었고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 집에서 손님들을 가만히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손님이 찾아오면, 숨바꼭질을 하고 싫증이 나면 결국 그들을 죽여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과 같은 요리(인육)를 해 먹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작가 에진가 씨는 이러한 상자녀에 대해서 '미믹'과도 같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본 작품이 지향하는 공포 테마에 손색없는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를 더욱 소름 돋게 살리는 요소가 바로 SWEETRUBBERBERRY GENk(이하 GENk)의 소름 돋는 일러스트입니다. GENk는 주로 성인향(공포스러우면서도 살짝 에로틱함이 묻어나 있는) 그림을 그립니다.
▲ 일러스트레이터 GENk의 작품 "faint smile [want to be murdered]" (출처: 데비앙아트, SRB-GENk) |
에진가 씨의 글과 GENk의 그림이 만난 바로 그 결과물.
일본 보드게임 샵을 가면 누구나 한 번은 봤을 수 밖에 없는 그 것.
상자녀의 박스 이미지입니다.
여기서 나갈 수 없어―
'공포'와 대치하는 궁극의 서바이벌 호러 "상자녀"
작은 상자에 갇혀 온 몸이 꺾이고 뒤틀린 상자녀가 생기 잃은 눈으로 방문자를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이 바로, 상자녀의 키 비쥬얼입니다. 잘 보면 손톱이 손상되어 있는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자녀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만큼이나 충실한 구성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숫자의 카드들(방문자 아이템, 수기 카드, 상자녀의 힘 카드, 그리고 No 소리 시스템 카드, 요약 카드 등)과 다양한 종류의 그늘 칩(빈 상자, 토벌 아이템, 상자녀, 방문자가 죽은 후 원령화 하는 상자남, 금고, 열쇠 외 다수 존재), 유명 호러 스팟이기도 한 서양식 저택의 구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맵 타일, 그외 각종 매뉴얼과 토큰들로, 위 사진처럼 쭉 늘어뜨려 놓으면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방문자 플레이어는 현관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며, 현관의 문을 잘 보면 ×로 표시되어 나갈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세한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눈 모양의 타일이 그늘 칩이고, 이 칩들이 위치한 곳이 바로 그늘이 됩니다. 저 수많은 그늘 중 하나에 상자녀가 숨어있습니다. 또한, 저 그늘 칩 중에 저택에서 탈출하기 위한 '길'도 있습니다.
상자녀판에는 약점(3개의 토벌 정보 칩 중 하나를 골라 세팅한 후 상자녀 타일과 함께 슬리브)과 거처를 놓는 곳이 있습니다.
금고판에는 금고를 열기 위한 3가지의 숫자가 있고, 그 아래 열쇠 토큰이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빼앗은 물건이 있다면 금고판 위에 배치하게 되지요.
본 게임은 상자녀 플레이어 1명과 여러 명의 방문자 플레이어로 나뉘어 각자 다른 목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일 대 다수의 형태로 경쟁하는 게임입니다. 방문자 플레이어끼리는 일종의 협력 방 탈출 게임의 느낌으로, 상자녀 플레이어는 사냥하는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상자녀 플레이어의 목적은 당연하게도, 모든 방문자를 절망시키는 것입니다. 모두 죽여도 되고, 방문자가 살아나갈 방법을 모두 무산시키는 것입니다. 상자녀는 매우 강력하지만, 은근히 그 힘을 모두 발휘하는 것은 꽤 까다롭기 때문에, 마냥 안심하고 있다가는 방문자들에게 허를 찔리게 될 것입니다.
방문자 플레이어의 목적은 역시 당연하게도 살아남는 것입니다. 방문자 플레이어는 총 3가지의 승리조건이 있습니다. 본 게임은 상자녀 측 플레이어가 다소 유리한 불균형한 비대칭 경쟁 게임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한 가지 수단이겠지요. 3가지의 승리는, 상자녀의 약점을 공격하여 죽이는 '토벌' 엔딩, 금고를 열어 열쇠를 찾고 탈출구로 빠져나가는 '탈출' 엔딩,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가 소녀에게 선물 했던 '인형'을 찾아 소녀의 '유골'에 바치면 소녀의 원한이 풀리며 성불하는 '공양' 엔딩입니다.
방문자가 처음부터 어느 목적을 달성할 지 정하고 게임을 시작해도 좋겠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적절하게 다른 엔딩 루트로 갈아타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약간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게임은 우선 방문자의 차례를 진행하고 이후, 방문자의 차례에서 일어난 결과에 따라 상자녀의 차례가 진행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행법에는 상자녀의 핵심이자 자랑인 소리 토큰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 소리 토큰 5개를 성공적으로 모두 쌓아올린 모습 |
은근히 토큰이 마찰력이 없는 편이라 쌓기 어려운 편이지만, 익숙해지면 잘 쌓을 수 있습니다.
5개를 모두 쌓았다고 해서 상자녀의 시간이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고, 5개를 쌓은 후, 어쨌든 상자녀의 시간이 찾아오긴 하지만, 5개를 모두 쌓았을 때의 특혜로, 상자녀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인 '네뒤에있어(특정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상자녀와 같은 방에 있는 방문자 전원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능력, 일본어 원문 기준으로 가타카나로 쓰여있는데,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한국어로 살리기 위하여 직접한 한국어화에서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모두 붙여쓰는 방식으로 작업하였습니다)'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4판에서는 너무 잘 쌓는 사람들을 위하여 게임을 더욱 어렵게 하기 위한 부조리 토큰이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가장 오른쪽, 둥근 돌기 부분이 가장 큰 것이 부조리 토큰으로, 일반 붉은 토큰을 부조리 토큰으로 바꿔서 적용하는 것과, 1~5 중, 2에는 일반 붉은 토큰을 4에는 부조리 토큰을 쌓게 하는 규칙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4판에서는 이렇게 쌓는 시스템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되거나(저처럼 수전증이 있다거나)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토큰 쌓기를 적용할 수 없을 때를 위해 No 소리 시스템이 있습니다.
소리 토큰과 소리 칩을 제외시키고 동봉되어 있는 숫자 카드를, 소리 토큰을 하나 쌓는 것 대신으로, 한 장씩 뒤집어 공개하고, 공개된 숫자의 합이 11 이상이면 상자녀의 시간이 오는 그런 시스템인데,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단, 이 시스템을 적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조금 상자녀의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무튼, 쌓는데 성공한 방문자는, 방문자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방을 이동해도 되고, 그늘을 엿봐도 되고, 아이템을 써도 됩니다. 그 외 협력할 수 있는 행동도 있지만, 대체로 협력하기 위한 행동(칩 정보 공유, 물건 넘기기 등등)은 자기 차례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토큰을 쌓는데 성공한 빨강과 노랑 플레이어는 본격적으로 저택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상자녀가 숨어있던 그늘을 엿본 빨강 플레이어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망. 상자녀에게 복속된 상자남(상자인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상자녀랑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해)으로 화하게 됩니다.
빨강 방문자 토큰을 자기 앞에 놓고, 자신을 죽인 상자녀 칩에 자신의 빨간 상자남 칩을 놓게 됩니다. 이후 이동하게 되면, 이동한 자리에 있던 그늘 칩을 위 사진 처럼 방문자 토큰 아래 깔아두게 되는 형태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중에 탈락자가 발생하는 게임은 피하는 편인데, 탈락하더라도 계속해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상자남이 된 플레이어가 상자녀 플레이어를 도와 방문자를 파멸시킬 지, 아니면 상자녀를 배신하고 방문자의 탈출을 도울 지, 이 게임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상자녀의 승리를 도와야 합니다만.
어쨌든 혼자 남은 노랑 플레이어는 상자녀와 상자남이 있는 방을 피해 도망간 지하실에서 메리 인형과 상자녀의 '유골'을 연달아 찾아내면서 운 좋게 '공양'에 성공하게 됩니다.
일부 그늘 칩을 제외한 나머지 그늘 칩은 무작위로 배치하게 되니 이러한 행운이 발생하는 경우가!
■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
1. 높은 퀄리티의 구성물.
위에서 사진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상자녀, 특히 4.1판의 구성은 작가 본인이 완전판으로 최종 선언했을 정도로 매우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 에진가 씨의 말에 따르면 '초기에 구상은 했지만 사정 상 구현하지 못 했던 것들을 상자녀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완전히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감동스러운 것은 카드의 질입니다. 두께가 다소 두꺼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카드의 재질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시각적인 질감이나, 촉감 모든 게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카드 크기가 딱 6.4 x 8.9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파는 6590 사이즈(보드피아라던가, 팝콘에듀라던가) 슬리브가 맞지 않습니다.
2. 곳곳에 녹아있는 디테일.
위에서도 살짝살짝 언급했지만 게임 이곳저곳에서 작가 에진가 씨의 꼼꼼함이 묻어나 있습니다. 모든 카드, 아이템, 능력 등에 이야기를 불어넣어 상자녀 이야기를 더욱 탄탄하게 해줍니다. 특히 4판에 추가된 No 소리 시스템도 작가의 보드게이머에 대한 배려가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지요.
3. 다양한 루트의 진행과 저택 배치의 무작위성으로 반복성을 높인 점.
타일을 배치하는 위치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다른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게임 "디아블로"가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맵이 바뀌던 것처럼. 그리고 상자녀 측이나 방문자 측 모두 자신의 승리를 위해 여러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진행할 수 있어서 금방 질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 개인적으로 다소 우려되거나 아쉬웠던 점:
1. 닳음으로 인한 스포일러.
게임 특성 상, 타일이나 카드의 내용을 몰라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카드는 프로텍터 처리를 하면 된다고 처도 타일 같은 경우는 이러한 보호처리가 애매해서 그냥 쓸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금방 닳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 부분이 다소 우려됩니다.
2. 게임 몰입 및 게임 숙련도에 따른 개인차.
아무래도 게임의 성격이 테마에 집중하지 못하면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저는 게임 중에 눈을 감아야 하는 과정이 있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방문자 플레이어는 상자녀 플레이어 차례가 되면 항상 눈을 감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상당히 걸리는 부분입니다.
더욱이 상자녀 플레이어가 어버버하거나 조금 늘어지는 플레이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게임 자체가 지루해져 버립니다.
또한 방문자 플레이어가 너무 숙련자라면 상자녀 플레이어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속출. 분명 불균형 비대칭 경쟁 시스템인데도 상자녀의 압도적이고 무시무시한 힘이 한 번 도 발휘되지 못할 때가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3. 게임 준비 및 게임 진행, 그리고 정리의 번거로움.
게임 구성물은 참 만족스럽지만, 상자녀의 준비는 다소 번거로운 면이 많습니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초심자에게는 버거운 면이 있고, 특히 상자녀 플레이어의 경우는 자신의 위치, 자신의 약점 등을 항상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 하고 있어야 하며 실수로 자기 위치를 잊어버리면…
약점 같은 경우는 기억하면 좋지만 기억하지 못 해도 게임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자기가 있던 위치를 잊어버리면 엉뚱한 타일, 심하게는 엉뚱한 방의 타일을 뒤집어 보게 되고 이렇게 괴면 게임 자체가 망가집니다. 그나마 자신이 숨어있는 같은 방의 엉뚱한 타일을 뒤집은 거라면 큰 영향은 없지만, 그 만큼 상자녀의 시간이 길어져, 방문자 플레이어들의 불편함이나 지루함이 상승한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최근 동생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선물로 보드게임을 사준다 하여 저는 생각 없이 예시로 이런 이런 보드게임이 있는데(상자녀, 흑과 백, 죽을 때까지 피라미드 등의 사진을 보내준) 대충 네가 매장에서 직접 보고 싸고 간단해 보이고 이쁜 걸로 하나 골라 아무 거나 사달라고 했더니, 상자녀와 죽을 때까지 피라미드를 사다줘서 본의 아니게 얻게 된 게임이었습니다(흑과 백도 사려고 했지만 품절이라 못 샀다고).
'아, 이거 다른 사람하고 같이 하려면 한국어화 해야 되는데, 귀찮은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서, 최근 매뉴얼 한국어화와 게임 한국어화를 마무리한 김에 즐겨 보았습니다.
또한 요근래 있었던 에진가 씨 블로그에서의 은퇴 선언글을 보면서 여러 가지 느낀 바도 있고, 그 글을 보고 나니, 상자녀가 또 다르게 보이더군요. 상자녀가 제 손에 들어오기 이전에는, '이게 뭐라고 일본에만 갔다하면 사람들이 하코온나, 하코온나 노래를 부르나' 싶었고 이러한 현상에는 거품이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상자녀는 여러 가지 의미로 훌륭한 작품입니다.
후속작 계획은 파되었고 현재로써는 에진가 씨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남게 된 상자녀.
기존의 보드게임과 확연히 다른, 차별적이고 독창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이런 방식의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더라도 한 번쯤은 즐겨봐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3 개의 댓글
와 한글화 엄청 잘하셨네요!! 저도 이번에 어떻게 하다보니 일본 아마존에서 발견해서 하나 질렀습니다 ㅋ 타일 한글화는 어떻게 하신건가요? 한글화라고는 카드에 슬리브 씌운것만 해본 초보라 ㅠㅠ
답글삭제맵 타일 뒷면이 그냥 민짜라서 A4 라벨지에 출력 후 그 민짜 면에 부착하였습니다.
삭제아 타일 뒷면이 민짜인가요? 정보 감사합니다!! 게임 도착하면 확인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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