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보드게임 CASE #02 톺아보기

  ■ 디자이너: 정연민(Yeon-Min Jung) └  대표작: Do Eat! , 돌진소녀 , 8TEEN (서울 보드게임 페스타 2018 한정 이벤트 카드 게임) 등   ■ 디자이너: 홀리구울(Holy Ghoul) └ ...

 
■ 디자이너: 정연민(Yeon-Min Jung)
 대표작: Do Eat!, 돌진소녀, 8TEEN(서울 보드게임 페스타 2018 한정 이벤트 카드 게임) 등
 
■ 디자이너: 홀리구울(Holy Ghoul)
 대표작: 경찰이다!
 
간단하고 빠른 호흡의
참신하고 개성 강한 카드 게임을 만들어온 두 명의 디자이너가 뭉쳤다!
1979 게임즈의 2018년 신작,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실시간 3분 레토르트 추리 게임!
 
■ 일러스트: HAMI
 본 작품 외 참여작: Do Eat!, 돌진소녀, 드래곤 클래스(Dragon Class) 등 1979 게임즈에서 출시된 게임들(2018년, 현재 기준)

■ 제작사: 1979 게임즈(1979 Games)
2016년 Do Eat!을 시작으로 돌진소녀, 드래곤 클래스(Dragon Class) 등 주로 카드로 이뤄진 단순하고 빠른 호흡의 게임을 출시하는 개성 강한 보드게임 제작팀으로 이제는 더이상 아마추어가 아닐지도.
 
 우연찮게 '돌진소녀'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고 일러스트며 게임성이며 마음에 들어 관심에 두고 있었던 1979 게임즈가 이번에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보드게임콘 2018'에서 발표한 'CASE #02'!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면 사건번호 2번 정도가 되겠네요.
 
 이전 오프라인 행사인 '서울 보드게임 페스타 2018'에서 선보인 '드래곤 클래스'는 안타깝게도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부스는 봤지만 시연은 해보지 못한), 사전에 공개된 규칙서로 게임을 파악했을 때, 특별히 끌리지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1979 게임즈가 보드게임콘 2018에서도 신작을 공개한다고 하였는데, 카드의 겉모습 디자인만 보고 '트릭과 괴인'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완전 다른 게임이니 직접 해보시라는 작가님의 댓글을 보고, 방문한 김에 플레이까지 해보게 되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완전히 다른 추리 게임이었습니다! 저 자신은 반성하는 마음과 더불어 바로 구매를.
 
 살인 사건을 테마로 한 이 게임은 3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9명의 용의자 중에서 두 명의 진범을 찾는 게임입니다.
 
 범인에 대한 힌트는 수사관의 인원 수만큼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시간 뿐만 아니라, 추리가 늦어짐에 따라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용의자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진범들에게 살해를 당하는!)하기도 합니다.
 
 3분의 시간을 넘어서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역시 남는 건 상처뿐이겠지요.
 
 그리고 범인을 지목할 수 있는 기회는 플레이어 인원 수와 상관없이, 그리고 누가 외치든 상관없이 한 게임당 단 한 번 뿐입니다! 이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선언에 진범을 맞추지 못한다면 모두의 패배가 되니, 진범을 지목할 플레이어는 매우 신중하게 외쳐야할 것입니다.
 
 
 'CASE #02'는 박스가 아닌 고급 지퍼백으로 내용물을 담아서 판매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을 테마로 해서인지, 증거물 서류 컨셉으로 디자인이 되어있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긴 하지만 잘 읽어보면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됩니다.

 증거물 구성에 깨알 같이 게임 구성물이 쓰여있는 것도 재밌는 점입니다.


 3장으로 나누어진 규칙서와 피해자 표시 카드, 힌트 토큰, 힌트 토큰에 붙이는 스티커, 용의자들을 나타내는 알리바이 카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피해자 표시 카드는 반투명 재질로 카드 위에 오버레이(겹쳐서)로 카드를 표시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피해자가 된 용의자들은 카드를 뒤집으면 되기 때문에 사실 표시 카드까지는 굳이 없어도 되긴 합니다만.


 카드 뒷면은 피 묻은 서류봉투를 형상화하고 있으며 앞면은 HAMI님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9명의 용의자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1979 게임즈의 아트워크를 보면, 매번 다른 스타일의 그림체를 보여주시는데도 모든 그림체가 어색함이나 허섭함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번 'CASE #02'의 그림체는 더더욱. 보통 이런 그림체는 인체 비율 맞추기가 힘든 부분인데, 특별히 어색함이 없는 것을 보면, 기본이 탄탄하신 분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2번의 시연 끝에 망설임없이 구매를 결정한 것에는 HAMI님의 일러스트도 한몫!


 힌트 토큰에 스티커를 붙여야 비로소 힌트 토큰의 완성!
 토큰의 색깔은 랜덤인 것 같습니다. 힌트마다 특별히 정해진 색은 없으니 원하시는 색상의 토큰에 하나씩 붙이시면 됩니다.

 힌트는 4가지의 힌트 중에서 현재 게임을 진행 중인 인원 수만큼만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각 힌트는 한 게임에 딱 1번만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제가 초록색 토큰에 붙인 힌트는, 자신이 가진 카드와 다른 사람이 가진 카드 모두(반드시 두 사람이 소지하고 있는 카드의 수가 동일할 필요는 없습니다)를 맞바꿉니다.


 제가 노란색에 붙인 이 힌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 한 장의 숫자를 모두에게 알려줍니다.


 제가 파란색에 붙인 이 힌트는 가로 줄 하나를 선택하여 해당 라인에 있는 숫자 카드를 자신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제가 검정색에 붙인 이 힌트는 세로 줄 하나를 선택하여 해당 라인에 있는 숫자 카드를 자신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힌트들은 카드 패 전체 교환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카드 정보를 남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점이 처음에 게임할 때는 상당히 헷갈리는 부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27장의 카드 중, 1~9까지의 한 세트는 바닥에 늘어놓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에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는 카드는 나머지 18장에서 진범인 2장을 제외한 16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게임을 시작하려면, 아래 사진처럼 세팅을 마쳐야 합니다.


 이렇게 마당을 꾸밀 9장의 카드는, 다른 카드와 섞이지 않게 처음부터 따로 구분해놓으면 세팅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겠죠?

 규칙서에는 먼저 용의자 카드를 2장 뽑아 뒤집어 놓으라고 했는데, 사실 카드를 나눠주고 난 후 남은 2장을 용의자 카드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당에 용의자 준비가 끝나고, 플레이어들의 카드 분배가 모두 끝나면 3분의 시간을 맞춘 타이머를 작동합니다(타이머를 작동하기 전에 자신의 패가 무엇인지 확인해선 안 됩니다).

 타이머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플레이어들은 분주하게 추리에 나서야 합니다.
 서로 상의할 수가 없으며, 각 플레이어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힌트를 사용하는 것과 서로 1~3장의 카드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카드를 교환할 때는, 각자 몇 장을 교환하고자 하는지 다른 플레이어에게 알려줍니다.
 단, 2~3장을 교환할 때는, 그 카드들이 서로 연결된 숫자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가 1, 3, 5, 7의 4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이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와 한 장만 교환할 수 있습니다. 만약 1, 2, 3, 4의 4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1-2-3이나 2-3-4의 3장, 1-2이나 2-3이나 3-4의 2장, 아니면 각각 1장씩 교환할 것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카드의 교환이 이루어졌을 때, 만약 자신의 패에 같은 숫자가 2장이 되었다면 해당 숫자를 가진 캐릭터는 살해당하게 됩니다.


 일단 4인 기준으로 초기 패로 2, 2, 3, 4의 4장이 들어왔습니다.

 원래 이 게임에서는 패에 같은 숫자가 쌍을 이루게 되면 피해자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게임 시작 시, 초기 패로 같은 숫자가 들어온 경우, 그리고 이 초기 패를 패 교환 힌트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과 교환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조건을 만족한 것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즉, 위 두 경우에서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제 이 플레이어는 2, 3, 4 카드 한 장에 대한 교환을 제시하거나, 2-3 혹은 3-4로 2장을, 아니면 2-3-4로 3장을 교환할 것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카드를 교환했더니 4가 2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쌍을 이루게 된 패를 가진 플레이어는 그 즉시 바닥에 해당 카드들을 내려놓아 피해자가 발생했음을 알려야 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자는 남은 시간에서 -10초의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물론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패널티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를 내려놓은 플레이어는 원하는 숫자 하나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해당 플레이어가 선언한 숫자 카드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손을 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단, 이때 해당 숫자를 2장 가지고 있더라도 2장을 가지고 있다고는 알려줄 수는 없고, 그저 자신이 그 숫자를 가지고 있음만 알릴 수 있습니다(※상급자 규칙에서는 원하는 숫자를 부를 수 없습니다).

 아무튼 4 두 장을 내려놓아 피해자 발생을 알린 후에는, 피해자 표시 카드를 4번 위에 올려놓아 해당 카드가 피해자가 되었음을 표시하도록 합니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피해자를 표시하는 방법은 피해자 표시 카드를 써도 좋고, 뒤집어도 좋고, 원하는 방식으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피해자가 된 카드는 따로 치워두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3분을 초과하거나 5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그 즉시 게임에서 패배한 것으로 종료. 3분 안에 진범 2장이 무엇인지 알아낸다면 플레이어들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

1. 간단한 구성이지만 쉽지 않은 추리 난이도!

 몇 장 안 되는, 그리고 별거 없는 구성으로 꽤 심도 있는 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3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괜히 쫓기는 느낌도 주어서 긴박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둘이서 하면 좀 심심하지만요.
 물론 그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즐기게 되면, 난이도도 그만큼 올라가지만 훨씬 즐겁습니다.
 3명은 어느 한 명이 남는 카드 1장을 더 받는 것이 다소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4명이 할 때가 가장 어렵긴 하지만 역으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2. 디테일한 디자인.

  별거 아니지만 콘셉트도 잘 잡혀있고 아트워크나 제품의 디자인이 꽤 디테일합니다. 본문에도 언급되었지만, 사건 서류를 기반으로 한 카드나 포장 디자인도 그렇고, 캐릭터 카드의 배경을 보면 그 캐릭터의 이름이나 성별, 나이 등이 써있는 깨알같은 디테일도 찾을 수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다소 우려되거나 아쉬웠던 점:

1. 게임 몰입 등 취향을 탈 것 같은 게임.

 워낙 개성이 강한 게임이라 그렇게 대중적인 게임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간단한 구성물에 간단한 규칙으로 접근성은 보장되지만, 접근성이 좋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대중성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요.

 약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혹은 계산 및 유추가 주가 되는 게임이나 추리를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할 수 있지만, 그런 것에 별로 흥미가 없는 분들에게는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약간 컬트적인 느낌도 있어서, 이 게임을 아주 대단한 속도로 클리어해냈을 때 어딘가 자랑을 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자랑할 곳이 마땅찮은 것이 참 아쉽네요.

2. 게임 내용물 보관의 실용적인 부분의 아쉬움

 카드 질은 사실 프로텍터를 씌우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좋은 편인데, 아무래도 저는 다 씌워놓는 편이다보니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데요.
 카드에 프로텍터를 씌우면, 고급 지퍼백에 들어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카드를 따로 보관해야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토큰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이다보니, 접착력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스티커가 덜렁덜렁 거리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소 뜨긴 합니다. 넣고 꺼낼 때 신경쓰이는 부분입니다.

3. 캐릭터에 대한 부족한 설명.

 이건 뭐 큰 문제점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실 디자인 관련해서는 좋은 점으로 꼽았습니다만, 캐릭터 카드의 뒷배경에 뭐라고 쓴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그 점이 조금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각 캐릭터에 대한 배경 설명도 플레이어들이 알 수 있었다면 조금 더 게임이 재밌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현실적으로 규칙서에 설명하기에는 어렵다고 한다면, 따로 웹 페이지 등을 통해서 각 캐릭터에 부여한 이야기를 플레이어들도 함께 알 수 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을텐데, 그 점이 아주 약간 아쉬운 부분입니다.



  1979 게임즈의 대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돌진소녀'도 그렇고, 홀리구울님의 '경찰이다!'도 그렇고, 1979 게임즈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게임들은 참 개성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모든 작품의 개성이 강해서 전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뭔가 이건 1979 게임즈의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1979 게임즈만의 공통된 콘셉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잉크 게임즈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가볍고 빠른 호흡의 느낌이랄까요(드래곤 클래스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긴 했지만 어쨌든).

 진중한 추리 게임이라고 하면, 항상 탐정이 있어야 하고, 범인이 등장하고, 피해자가 등장하고, 장소가 등장하고, 도구가 등장하고,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등등 잘 갖추어진 한 편의 추리 소설 혹은 대작 느낌의 거창한 준비물, 구성물 등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만, 굳이 그런 거추장스러운 구성 필요 없이, 몇 장의 카드만 돌리는 것으로 나름 심도 있는 추리를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범인은 춤춘다'라던가 '트릭과 괴인'이라던가 하는 게임들 말이죠.

 그중에서도 'CASE #02'는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는 추리 난이도는 물론, 시간 제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플레이어들에게 긴장감과 긴박함, 압박감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간단한 범인 찾기 게임과는 확실히 구별되고 매우 기발하며 악랄하고 발칙한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적은 구성물로도 상당히 탄탄하게 짜여진, 독특한 느낌의 추리 게임이었습니다.

 보드게임콘 당시, 원래 계획하지 않았던 즉흥적인 지출이었습니다만, 이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1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재밌는 게임입니다.

좋아할 만한 글

0 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