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보드게임 부산 톺아보기

■ 디자이너: 김동석 └  평범한 직장인에서 취미인 보드게임을 본업으로 삼아 인천 계양구에서 보드게임 카페 ' 위치스브루 '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이며 현재 ' 부산 '에 대한 펀딩을 진행 중이십니다. ...


■ 디자이너: 김동석
 평범한 직장인에서 취미인 보드게임을 본업으로 삼아 인천 계양구에서 보드게임 카페 '위치스브루'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이며 현재 '부산'에 대한 펀딩을 진행 중이십니다.

■ 디자이너: 최병철(라오;Raoh)
인천 지역에서 10년 이상 보드게임을 즐겨온 보드게이머. '라오(권왕 라오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것으로 봐서 '북두의 권' 팬이신 듯합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보드게임다운 보드게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조사에 따르면 근 몇 년간 가장 영향력과 화제성을 가지는 아마추어 창작 보드게임은 단연 독보적으로 '부산'이라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게임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은 없겠구나'하고 있었는데, 게임을 바라보는 식견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 지난 보드게임콘 때, 한 번은 해봐야지하고 플레이할 기회를 틈틈히 엿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결국 계속된 대기시간, 좀처럼 나지 않는 자리 때문에 그냥 대충 플레이 모습만 잠깐 보고 귀가하였지요.

 사실 저희 집에서 '위치스브루'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기 때문에, 조만간 위치스브루에서 열리는 정기 모임(매주 목요일)이라도 참여해서 플레이해보고자 위치스브루 모임의 오픈 채팅방에 참여한 상태로 눈팅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의 작가이신 김동석님께서 알아보시고, 꼭 부산 한 번 플레이해달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사실 이 말씀이 없으셨어도 하러 갈 생각이었지만ㅎㅎ,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고 그 날로부터 가장 가까운 목요일 정기 모임 때와, 그리고 금요일 양일에 걸쳐(밤은 샌 건 아니고) '부산'을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과 다르게 보드게임쪽에서는 많은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도 있고, 기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아니다보니 과연 제가 부산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저 자신조차 들기 때문에, 혹여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하시고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미 부산에 대한 좋은 리뷰들도 많아, 저는 부산이 가진 게임성에 대해서는 보드게이머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는 제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부산을 톺아보고자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화물 운송 업체의 사장이 되어, 화물 운송 및 자사의 확장 등의 방법으로 승점을 모아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일.
 5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승점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부산'은 넓은 자리(대충 6인용 테이블 정도의 사이즈가 필요)를 차지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물을 한 샷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어 나눠 보았습니다.


 프로토 타입이라 그런지 시제품의 박스 아트는 볼 수 없었습니다.
 위처럼 '본죽'의 종이가방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액션 타워는 따로 보관되어 있었네요.

 메인이 되는 게임판은 2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아래 두 개의 게임판 만으로 6인용 테이블이 꽉 찹니다.


 먼저 배가 들어오는 '항만'판입니다.
 사진 기준으로, 상단부분은 배가 직접 들어오는 '항구' 부분이며, 왼쪽 중간 부분은 배에서 화물을 내려 보관을 하는 '창고' 부분, 왼쪽 하단은 화물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 부분입니다.
 오른쪽 중하단 부분은, 플레이어들이 거래하게될 3개의 회사의 계약을 무사히 완수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사무실 업그레이드' 타일이 구비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플레이어는 선 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의 창고에 자신의 창고 카드를 위 사진처럼 올려놓게 됩니다. 기본은 2개짜리 창고 카드로 고정됩니다.


 주 거래처가 될 3가지 회사입니다.
 깨알 같이 '부산'의 디자이너들의 닉네임, 혹은 이니셜이 숨겨져 있습니다(RAOH company:최병철님의 닉네임 '라오' / DS Industries:김동석님의 이름 이니셜 'DS').
 그리고 세 번째 Three Star Electronics는 여러분도 아시듯, 삼성을 뜻하는 것이겠죠?(개인적으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두 번째 게임판은 시간 트랙, 플레이 순서 트랙, 요일 트랙, 승점 트랙, 전문가 고용 더미 공간, 계약서 더미 공간 등 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왼쪽 포스트 잇 디자인으로 구현된 부분은 게임 종료 시 승점 계산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장치입니다.


 플레이어가 사용할 개인판 모습입니다. 4개의 플레이어 개인판은 디자인이 똑같습니다.


 하나만 따로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항만판처럼 상단부는 배를 위치시키는 항구 부분입니다.
 중간은 계약서에서 요구하는 화물을 모두 완료하였을 때, 혜택으로 얻을 수 있는 사무실 업그레이드 타일을 놓을 수 있는 사무실 부분입니다.
 왼쪽 하단은 플레이어의 회사를 형상화한 건물 더미를 놓는 곳이며, 그 오른쪽에는 배 위의 화물을 창고로 옮길 때, 한 시간에 옮길 수 있는 화물의 양을 나타내는 기중기 트랙, 그 밑에는 플레이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나타내는 자산 트랙입니다.
 중간에 노랑, 빨강, 파랑 등이 섞인 피라미드 모양 아이콘에 1$, 3$, 5$라고 써있는 부분은, '자신의 사무실이 어떠한 색깔로 업그레이드되어 있는가'에 따라, 하루가 끝날 때 획득할 수 있는 자산과 그 조건을 나타냅니다.


 화물을 싣고 오는 배 타일입니다. 사이즈는 1부터 5까지 준비되어 있으며, 각 사이즈 별로 5개씩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타일들이 항만판이나 개인판 상단에 각종 화물을 실은 채 놓여지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요약 카드입니다.
 액션 타워에서 고를 수 있는 액션 아이콘과 연계된 설명입니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개인 디스크와 개인판에서 사용되는 공사판(항만 표시 타일), 회사 건물 카드(레벨 1부터 4까지), 창고 카드(2칸부터 8칸까지 각 1장씩 7장) 묶음 사진입니다.



 항만 표시 타일의 앞면입니다. 공사 액션 선택시 1단계만 올릴 경우 7$, 2단계를 올릴 경우 20$, 3단계를 올릴 경우 40$이 든다는 표시입니다.


 회사 건물을 2단계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하면, 그 혜택으로 위 사진처럼 항만 표시 타일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걸로 공사 비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회사 건물 카드입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혜택도 다양해집니다.


 사무실 타일과 중립(초록) 디스크 2개입니다.
 이중 중립 디스크는, 하나는 요일 트랙에서 요일을 표시하는 용도로, 나머지 하나는 액션 타워 앞에서 좌우로 옮겨다니며 현재 활성화된 액션 행동을 표시하는 용도로 쓰이게 됩니다.


 사무실 타일 역시 각기 다른 혜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무실 타일은 메인 게임판인 항만판 오른쪽 하단에 위 사진처럼 무작위로 놓여지게 됩니다.
 타일을 배치한 부분의 상단에 붉은 글씨로 '$ ***'가 쓰여있는데, 이것은 계약서 내용대로 화물 운송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해당 계약서의 회사 오른쪽에 배치되어있는 사무실 타일을 가져가기 위한 비용을 말합니다.


 선박 카드는 사이즈 1부터 5까지 각 5장씩, 25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선박 카드의 사이즈가 같다고 하더라도 해당 선박을 가져왔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산 혜택은 각각 다릅니다.


 계약서 카드를 펼친 모습입니다. 계약서 카드 중에는 초기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6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6장의 카드가 초기 계약 카드입니다.


 뒷면을 보면 이렇게 START로 구분이 되어있는데, 구분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카드입니다. 46명의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다양한 전문가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화물 큐브와 화물 주머니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액션 타워의 모습입니다.


 타워 위에 있는 액션 타일을 제거하면 위와 같은 모습입니다.
 최하단의 $는, 즉 가장 아래 액션을 선택하면 1$를 얻을 수 있다는 표시이며, 최상단의 시계 아이콘은, 즉 가장 위에 있는 액션을 선택하려면 1시간을 추가로 더 소모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액션 타일은 투명 아크릴판 위에 스티커가 붙어있는 형태로 가운데는 투명하게 파여 액션 타워에 있는 아이콘이 보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 원형태로 양 면이 파여있는데 이것은 플레이어가 조금 더 수월하게 타일을 집을 수 있도록 설치된 장치입니다.

 액션 타워는 다음과 같이 사용합니다.


 위 GIF 파일에서 중립 디스크는 왼쪽으로 가있으며, 왼쪽에 있는 행동은 아이콘 위에 표시된 시계 아이콘 수만큼의 시간을 소모하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중립 디스크가 있는 왼쪽 줄에서 가장 맨 아래 2시간을 소모하는 공사 액션을 소모하기로 합니다.

 가장 맨 아래 액션 타일을 집어올린 후, 한 바퀴 돌려 액션 타워 맨 위로 올립니다.
 타일을 한 바퀴로 돌린 덕분에, 방금 선택한 공사 액션은 오른쪽

 헷갈린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분명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긴 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렇게 헷갈릴 일도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맨 아래 액션 타일을 고르든, 중간 타일을 고르든 꽤 자연스럽게 타일이 내려오며, 타일이 쏟아지는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각도도 적절하고 마찰도 적절하고,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립 디스크가 있는 왼쪽 줄이 아닌 오른쪽 줄에 있는 공사 액션을 선택하는 모습입니다.
 중립 디스크가 있는 쪽 줄이 아닌 줄의 액션을 선택하려면 1시간을 추가로 소모하여야 합니다.


 GIF 기준으로 아래에서 두 번째에 있는 액션 타일을 집어올린 후 한 바퀴 돌려 액션 타워 맨 위로 옮깁니다. 그리고 중립 디스크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잊지 마시고요!

 중립 디스크를 먼저 옮기셔도 좋고, 나중에 움직이셔도 좋습니다. 단, 반대편 줄에 있는 액션을 하고자 할때는, 그 액션을 선택하고 수행한 그 순간부터는 행동 디스크가 반드시 옮겨져야 하며, 그 때부터는 추가 시간을 소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액션 타일의 기준 줄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리뷰해주셨기도 하고,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많이 즐겨보지도 못한 저로서는 맛깔나게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김동석 작가님께서 직접 올리신 동영상으로 대체합니다.


 약 16분 길이의 규칙 설명 동영상입니다.

 꼭 이런 스타일의 게임이 아니더라도, 쉽다고 하는 카드 게임도 규칙서만 보고는 바로 이해가 안되고 직접 해보는 것이 게임을 이해하는데에는 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산'은 단 한 번의 플레이만으로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을 정도로 마냥 어려운 게임이 아닌,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주요 시스템은 패치워크나 RAIDS 등에서 볼 수 있는 뒤쳐져 있던 사람이 앞사람을 앞지르지 않는 이상 여러 차례를 취할 수 있는 타임 트랙, 액션을 선택하면 해당 액션의 위치가 바뀌어 연속해서 같은 행동을 취하려면 보다 큰 리스크를 가져가야 하는 액션 타워, 선택받지 못한 전문가나 계약서 등은 폐기되거나 아니면 더욱 싼 가격으로 매물로 나오는 타임 밸트, 게임을 보다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회사(및 창고, 크레인 등등)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엔진 빌딩, 화물 보관이나 이동 없는 시장 구매 남용 플레이를 막기 위한 화물 가격+(구입 화물 개수-1*1$) 공식이 적용된 시장 구매 패널티, 전문가 고용으로 인하여 게임 내에서 고용한 그 순간부터 유용한 능력을 항시 적용할 수 있는 패시브 어빌리티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게임을 처음 세팅하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됩니다.

 처음에는 선 플레이어가 1에 위치하게 되고, 시계방향으로 후 순위가 됩니다.
 첫 게임 이후에는 가장 먼저 퇴근한 사람이 1에 위치하게 됩니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 선 플레이어를 잡은 사람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선 플레이어 위치를 고수할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게임이 진행된 모습입니다.

 화물을 싣고 들어오는 선박은 사이즈 1부터 시작해서 5의 순서로 점점 커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반드시 공사 액션을 이용하여 항만 규모를 늘리거나, 창고를 늘리거나, 크레인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등등 여러 가지 액션을 골고루 사용할 수 밖에 없으며, 그렇게 골고루 사용해야만 합니다.



■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

1. 게임 시스템과 잘 어울리는 테마와 그 테마와도 걸맞는 게임판 디자인

 처음 '부산'의 아트 디자인이 가진 첫인상이나,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자주 언급되는 디자인적인 문제입니다만,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난 후에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잘 입혀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뉴스앤포스트
 실제로 항만은 위와 같은 분위기입니다.

 각이 잘 잡혀있는 바다와 맞닿는 항만과 짐을 옮기는 크레인, 그리고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형형색색의 컨테이너들.

 다른 것은 몰라도 메인 게임판의 항만 묘사만큼은 사실적이면서도 간략하고 정갈하게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액션 타워도 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개인적으로는, 제작비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아니고서야, 이 액션 타워를 '부산'에서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액션 타워의 디자인은 '부산'에 있어서 화룡점정의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밋밋한 보드판에 높게 들어선 액션 타워는, 아기자기하게 컨테이너 박스들만 즐비되어 있는 곳에 갑자기 우뚝 선 항만 크레인처럼, 항만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게임판에도 입체감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액션 타워 자체가 '부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임팩트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빠져서는 안 될 미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2.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게임 디자인

 보드게임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는데, 쉽게 말해서 '부산'은 앞뒤가 딱딱 맞습니다. 게임 내외적으로 게임에 녹아들어있는 모든 구성요소는 각자 그 역할의 타당성이 있고 설득력이 있어, '왜 이래야 하지?'라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배 사이즈가 1부터 5로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이 차근차근 여러 액션을 골고루 수행하며 '부산'에서 준비한 여러 요소를 모두 한 번씩은 경험해볼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에 너무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들어 있어서 굉장히 엇박자, 혹은 위화감이 느껴질 법도 한데, 게임을 즐겨본 결과 느끼는 것은 아래 GIF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핀터레스트
 정사각형이라는 도형은, 사람에게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는 형태로, 이미 그 자체로도 완벽한 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에 더이상의 변화나 응용은 필요없는데, '부산'은 이러한 정사각형(게임 시스템)들을 모아, 아주 조화롭게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를 만들었습니다.

 일부 창작 보드게임은, 이것 저것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싶은 나머지, 각 게임의 장점들만 모아 억지로 하나로 뭉쳐놔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엉망진창의 짜깁기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기도 하는데, 지금 버전의 '부산'은 기존 보드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핵심 요소들이 꽤 여러 개가 모여있음에도, 이 요소들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될 것처럼 각자 꼭 필요한 톱니바퀴가 되어 '부산'을 굴려주고 있습니다.

 게임 도중, 억지로 해야할 행동들이 있지만, 그 억지로 했던 행동은 차후에 나비효과가 되어 플레이어 본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했던 행동이 되려 나중을 망쳐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 흥미로운 형태의, '부산'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 하나는 딱히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것들이 하나로 뭉쳐 오히려 타 게임과 비교하기 힘든 독창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3. 쉬운 게임 진행

 이런 종류의 게임은 보통 매번 변동하는 점수나 승점 상황 때문에 영 불편해하곤 했는데, 비교적 '부산'은 간결하고 단순한 편입니다.

 게임 내의 모든 행동들은 각자 당위성이 있고, 게임의 테마와도 위화감이 없어서 이해하는데 불편함 없이 바로 이해가 되는 편이니, 초보자들도 쉽게 납득하고 금방 익숙해져서 즐길 수 있는 경영 게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다소 우려되거나 아쉬웠던 점:

1. 매력적이지 못한 키 비주얼.

 '부산'의 박스 아트가 어떤지는 실물을 볼 수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지만, '부산'의 규칙서나, 텀블벅 페이지에서의 메인 이미지를 보았을 때, 첫인상은 칙칙합니다.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부산'의 내용물 역시 다소 칙칙한 편입니다만, 게임에 입혀진 테마와는 사실 꽤 잘 어울리는 면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부산'을 소개하는데 메인에 걸릴 이미지마저 칙칙한 것은 아쉽습니다.

 메인 이미지, 키 비주얼 등은 첫인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그림이 텀블벅 메인에 걸린 그림인데, 색감 자체가 대중에게 호감을 주는 색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노란색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색을 제외하고 위의 그림을 그대로 유지한다치면, 저는 차라리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선선한 새벽이나 푸른 빛이 가득한 아침을 배경으로 해달라고 주문하겠습니다.

 푸른 빛은 남녀노소,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장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색 중 하나입니다.

 항만이라는 소재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부산, 그리고 푸른 바다를 소재로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이것은 텀블벅 소개 페이지에 등장하는 박스 아트인데, 저라면 이 그림은 규칙서 내 규칙서 배경의 삽화로는 쓸지언정, 절대로 패키지 박스 메인 이미지로는 쓰지 않을 것입니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던 노란 색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을 뿐더러, 회색 빛의 아스팔트의 비중이 너무 높아 여전히 칙칙함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부산'이라는 제목과 그림의 모습이 딱히 연관이 되지도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본 게임의 이전 제목이기도 했던 '하버 앤 베이(Harbor and Bay;개인적으로 부산보다는 이쪽이 훨씬 적절한 네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와도 그다지 접점이 없습니다. 만약 이것이 확정 박스 아트라면, 개인적으로는 재고해 보시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칙칙함은 키 비주얼의 문제만은 아닌데, 게임판 자체가 풍기는 분위기는 게임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약간 색감을 밝게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2. 불필요하게 많은 공간이 요구되는 듯한 부피감

 진득하게 '부산'을 분석하면서, 디자인적으로 부피를 꽤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꼭 '부산'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을 하면서도 '굳이 게임판이 이렇게까지 커야 하나?', '게임에 쓰이는 카드가 꼭 이렇게 큰 사이즈(타로 사이즈나 6590 사이즈)일 필요가 있나?' 하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부산'의 큼직큼직한 부분은 장점도 물론 있습니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클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카드에 대해서는 4570의 미니 사이즈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느꼈고, 카드 사이즈를 미니 사이즈로 바꿈으로 인해서 얻는 공간적인 이득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이 자치하는 공간이나 볼륨에 비해, 게임이 주는 재미는 잔잔한 편이라 좀더 과하게 크다고 느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3. 아쉬운 공간 배치

 2번 항목에서 이어지는 사항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큼직한 게임판을 사용함에도 불구한 것인지, 큼직한 게임판을 사용해서인지 정확히 어떠한 이유 때문에라고는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창고 카드가 놓이는 창고칸과 사무실 업그레이드 효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창고 간의 거리감이 너무 큽니다. 게임을 하다가 '아, 나 추가 창고가 있었지!'하고 한참 뒤에 깨닫는 경우가 종종 나왔는데, 이 점을 배려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예 항만판에서 창고를 없애고, 개인 타일에서 각자 창고를 운영하는(공동의 항만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쪽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4. 미흡한 카드 및 사무실 타일 디자인

 작가님께서도 인지하고 계신 사항이고, 워낙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부분이기도 하니 길게 언급하지는 않기로 합니다.

 전문가 카드나 사무실 타일의 텍스트가 눈에 썩 들어오질 않습니다. 아이콘이 아닌 텍스트로 설명을 하는 것은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과감하게 미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것인데, 전문가 카드는 문장으로 쓰여있음에도 썩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투자가의 경우, '승점을 얻을 때마다, 승점 대신 5원을 얻을 수 있다. (최대 5점까지 교환가능)'이라는 문구는 승점을 얻게 된 상황에서, 해당 승점을 얻는 대신 승점 1점당 5$로 치환하여 얻을 수 있으며 $로 치환할 수 있는 승점은 최대 5점까지, 즉 최대 승점 5를 초기하고 25$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 벌레의 경우, 해석이 애매한데, 게임이 종료될 때까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시간에 대한 총량으로써의 9시간을 말하는 것인지, 매 하루마다 21시까지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해석이 모호합니다.

 이처럼 아이콘을 포기하고 문장으로 능력을 표현해야했을 때는, 최대한 오해를 줄이고 명확한 규칙 설명을 하기 위함일 것인데, 전문가 카드 중에는 생각보다 심심치않게 이런 애매한 표현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사무실 타일은 공간의 한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아이콘 등을 이용한 단순화가 가장 좋긴 하지만, 현재 버전처럼 간단한 텍스트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폰트 처리를 너무 엉성하게 해놔서 눈에 잘 보이질 않습니다.

 계약 카드나, 전문가 카드의 디자인은, 실제 계약서 양식이나 구인 구직 이력서 등을 콘셉트로 잡아 서류 형식으로 앞면과 뒷면을 꾸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선박 카드에서는 그 배의 사이즈에 맞게 배 그림 역시 조절이 되어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개인판도 사실 개인별로 각각 다른 느낌, 다른 색으로 차별화를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디스크와 개인판, 그리고 개인 창고 카드의 색상 등이 내 담당 색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구분이 애매한 부분이 좀 있었거든요.

5. 숲을 보았을 때는 괜찮은데, 나무를 보기 시작하면 보이는 사소한 디테일의 문제들

 타임 트랙에서의 시계 아이콘이 모두 같은 모양인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작가님 본인이 아닌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디자인을 맡기셨다고 했는데, 09:00부터 시작하는 타임 트랙에서의 시계 아이콘이 각각의 시간에 대응하는 시계 아이콘이었어야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또한 추가 시간 때에는 소모 비용만 써있을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해당 시간이 몇 시인지도 표현을 해줬어야 하는 배려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 단위가 어쩔 때는 원, 게임판에는 $라는 것이 아무래도 조금 통일성 문제에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게임내 화폐의 단위를 단순히 1원, 1달러 등으로 표현하기에는, 현실적인 항만 거래 계약 금액의 규모라던가 고용 비용에 대한 규모라던가를 보면 너무 축소화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해외 시장도 생각하셔서 게임판의 디자인의 텍스트를 일부러 영어로만 주문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꼭 영어일 필요가 있었나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제목이 '부산'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제작된 유로 스타일의 전략 게임이라는 의미에서라도, 그리고 게임이 가진 난이도나 포지션적으로 숙련자보다는 초심자가 타겟인것 같다는 느낌에서, 한국어 텍스트를 쓰거나 한국어와 영어를 병기하는 선택을 하셨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을 기준으로 후원자 193명에 모인금액이 1,155만원이라는 달성 금액에도 불구하고 달성률 57%에 남은 시간 5일이라는 성적은, 한국에서의 픽업 앤 딜리버리 유로 스타일류 창작 게임의 가능성과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트워크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큰 군더더기도 없이, 여러 요소들이 뒤섞여 있음에도 서로 조화를 이룬 탄탄한 구성의 게임은 흔치 않을 터인데, 개인 생산으로 인한 단가 상승 및 놓은 펀딩 목표 금액, 그리고 이로 인한 개인 소비자 가격의 증가, 그리고 다시 이로 인한 소비자의 외면.
 냉정한 현실에 다시 현실적인 이유가 물리고 물리며,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조금씩 잊혀져 가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인가 싶은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거나 즐겨할 스타일의 게임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점이 이미 많은 분들께서 평가하시는 것처럼 제가 '부산'이라는 게임을 좋은 게임이라고 느끼는 것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강렬하게 '이 게임 정말 재미있다!'라고 느낄만한 강력한 임팩트를 가진 게임은 아니었지만, 수수하면서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운영되는 큰 파도 없이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의 느낌을 주는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후원자 인원 수나 금액만 봐서는 웬만한 게임은 벌써 성공하고도 남았을 금액임에도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너무나도 험난한 상황에 처한 '부산'이지만, 차후 부디 어떠한 형태로든 세상에 나오기를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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